[금값 사상최고…더 오를 네가지 이유] "31년전 금값 현재 가치로는 2248弗 …아직 버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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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고價 아니다
"금을 팔지 말아라.금값은 향후 10년 내 2000달러까지 오를 것이다.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
"현재 금값은 온스당 252달러이던 1999년보다도 싸다. 아직 금값은 버블에 이르지 않았다. "(마크 파버 마크파버 회장)
금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금 6월물 가격은 21일(현지시간) 7거래일 연속 올라 온스당 1503.8달러로 마감됐다. 종가 기준으로 사상 처음 1500달러를 넘었다. 1년 전에 비해 30.9%(355.0달러) 올랐다. 이후 장외거래에선 1509.4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런데도 금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전문가들은 금값이 더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로 △실질가격으로 환산하면 아직 가격이 낮은 수준인 반면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고 △인도 중국 등 신흥국이 금시장의 큰손이 됐으며 △달러에 대한 신뢰도가 갈수록 추락하고 있는 점을 들었다.
실질가격과 명목가격의 차이를 고려하면 지금 금값은 피크에서 한참 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해야 한다는 얘기다. 역사적으로 실질 금값이 가장 높았던 때는 1980년 1월21일(847달러)이라는 게 정설이다. 귀금속업체 GFMS의 필립 뉴만 연구원은 당시 가격을 현재로 치면 2248달러라고 분석했다. 미국 미네아폴리스 연방준비은행도 당시 가격을 2211.65달러로 추산했다. 1980년부터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15배 뛰는 사이 금값은 두 배만 올랐다.
각국 정부 21년 만에 '순매수' 전환…ETF도 가세
(2) 수요 늘고 공급도 제자리
세계금위원회(WGC)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금 수요는 3812t으로 전년 대비 9% 늘어 1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금 공급량은 4108t으로 2% 증가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각국의 중앙은행과 국부펀드 등 정부기관이 21년 만에 처음으로 금 순매수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정부기관들은 1989~2007년 매년 400~500t의 금을 팔아왔지만 2008년 그 양을 절반으로 줄였고 지난해에는 오히려 87t의 금을 사들였다.
펀드도 가세했다. 이달 초 기준 상장지수펀드(ETF)가 보유하고 있는 금의 양은 2142t으로 2008년보다 75.3% 늘었다. 세계 최대 금 ETF인 SPDR 골드 트러스트는 1231t의 금을 보유하고 있다. 200억달러대 자금을 운용하는 미국 텍사스대펀드는 최근 10억달러 규모의 금을 매입했다.
그러나 금 생산량을 늘리긴 어려운 상황이다. 오랜 채굴로 광맥이 고갈돼 생산단가가 오르고 있어서다. GFMS에 따르면 2009년 광산회사들의 금 생산량은 2572t이었지만 2001년 생산량인 2646t을 넘어서지 못했다. 2009년 금 생산비용은 온스당 617달러로 2000년보다 157.1% 뛰었다.
경제 급성장 중국ㆍ인도가 전세계 수요 51% 차지
(3) 신흥국 '큰 손'으로 부상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의 금 수요가 치솟고 있다. 이 두 나라는 전통적으로 금 장신구를 선호하는 데다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투자 수요까지 붙었다. 중국과 인도는 세계 금 수요의 51%를 차지한다.
중국은 최근 5년간 금 보유량을 600t에서 1054t으로 늘렸다. 나탈리 뎀스터 WGC 이사는 "중국은 외환보유액 중 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1.6%에서 3%로 늘릴 계획"이라며 "이는 연간 생산량의 3분의 1인 1000t을 더 사들여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인도의 금 소비액은 381억57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06% 늘었다. 인도의 현재 금 보유량은 558t으로 올해 770~810t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신흥국들도 금 확보에 팔을 걷어붙였다.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외환(달러)보유액이 늘면서 헤지를 위해 금 보유량을 확대하는 것이다. 지난해 러시아는 135t,태국은 16t,방글라데시는 10t,베네수엘라는 5t의 금을 사들였다.
美 신용하락ㆍ양적완화로 실물자산 선호 지속
(4) 달러 믿을 수 없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한 강연을 마치고 질문을 받았다. "강연료는 달러나 유로 어떤 것으로 드릴까요. " 그린스펀의 답은 "골드"였다. 그는 달러의 대체통화로 금을 선택했다.
최근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지위가 흔들리는 것도 금값상승을 점치는 이유가 되고 있다. 미국 재정적자는 부채 한도(14억3000만달러)에 거의 육박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유럽 재정위기,중동의 정정 불안 등으로 달러 약세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마크 파버는 "미국이 양적완화 정책을 펴고 있어 실물자산(hard assets)은 장기적으로 좋은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펜토 유로퍼시픽캐피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몇 년 안에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할 것"이라며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은 금과 은 같은 귀금속을 대체통화로 바라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