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포스코(2.73%) 롯데쇼핑(2.73%) CJ(4.83%) 등 대한통운 인수 의지를 보이고 있는 기업 주가가 나란히 올랐다. 포스코는 제품가격 인상이 호재로 작용했으나, 롯데쇼핑과 CJ는 대한통운 인수 부담 우려가 다소 완화된 게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
우리투자증권은 이날 "롯데그룹이 대한통운을 인수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고, 대신증권은 "CJ의 동원 가능한 현금이 1조4000억원에 달해 CJ그룹이 대한통운을 인수한다 해도 부담이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사실 투자자나 주주 입장에선 대한통운 인수가 큰 부담이다. 세 회사 모두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나, 2조원 내외로 예상되는 인수자금을 동원하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최근 각 그룹 수장들이 인수전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본입찰에서 대한통운 몸값은 더 올라갈 수 있다. 금호아시아나ㆍ대한전선ㆍ유진 등 M&A(인수ㆍ합병)로 몸집을 불린 그룹들이 줄줄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승자의 저주'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렇자 M&A 이후 기업간 시너지 효과 보다는 자금부담이 어느정도가 될 것인지에 시장의 초점이 맞춰졌다. 무리한 자금 투입으로 회사가 망가지고 기존 주주의 이익이 훼손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자금동원 능력이 가장 큰 것으로 평가되는 포스코 조차 재무상태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국제 신용평가사 S&P는 지난달 말 M&A 가능성을 언급하며 현금창출 능력 대비 차입금 수준이 상당기간 2배 이상 지속될 경우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낮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디스 또한 대한통운 인수 추진이 포스코의 재무상태와 신용등급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 회사 중 자금 여력이 가장 떨어지는 CJ의 경우 "대한통운 인수전에 실패하면 순자산가치(NAV)가 올라가 적정주가를 높일 수 있다"(현대증권)며 노골적으로 인수 실패를 호재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용식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M&A 성공 사례보다는 실패 사례가 많이 부각돼 이에 따른 학습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오너는 기업의 장기 성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투자자나 주주들의 경우 중단기 실적에 연연하기 때문에 시각 자체가 다르다"며 "인수 이후 기존 주주들이 납들할 수 있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창출하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