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가 불안은 그 근저에 중장기적인 원유 수급 펀더멘털의 변화가 자리잡고 있으며, 장기간 지속되면서 더 큰 파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산업연구원(KIET)은 19일 '유가불안, 이번은 다르다' 보고서에서 "최근 유가는 지정학적 요인에 의해 변동하고 있지만, 이번 유가 불안은 2000년대초 이후 장기 유가상승국면의 연장으로 석유수급구조의 중대한 변화를 반영한다"고 밝혔다. 석유에 대한 고(高)수요 속에 비(非)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의 생산이 정점을 지나 감소세로 바뀌면서, 세계 석유생산은 유가급등에도 2000년대 중반이후 정체상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또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최근 보고서에서 재래식 원유 생산이 이미 정점을 통과한 것으로 추정하면서, 원유 생산 증가가 한계에 다다랐음을 시사한 것도 '중대한 변화'의 하나로 예시됐다. 보고서는 이들 사례가 향후 석유 수급에 대한 높은 불확실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면서 "이런 수급 상황은 앞으로 더욱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 유가는 장기 상승세를 이어가고 수급 불안이 빈발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수급 불균형, 과점적 공급구조 심화, 생산비 상승에 맞물려 유가 상승 및 수급 불안이 지속되며, 단기간 유가급등 이후 저(低)유가로 회귀했던 과거 석유위기와 달리 이번 유가불안은 오래 가면서 더 큰 파장을 낳을 수 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나타난 세계경제 취약성, 주요국의 재정악화, 최근 일본 원전사태 여파 등은 대응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에너지 절감과 효율 제고, 신재생에너지 개발, 자원개발 투자 및 외교 노력 등을 통해 우리 경제의 석유의존도를 낮추는 차원의 근본적인 대응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보고서는 1970년 이래 한국경제가 경험한 5차례 대형 경기침체 중 3차례가 유가급등에 뒤이어 발생했다며, 유가 10% 상승은 2년 간에 걸쳐 GDP 0.3%, 국내총소득(GDI) 0.5% 감소 효과를 낳는 것으로 추정했다. 또 자동차는 0.8%, 석유화학은 0.5% 생산감소를 가져오고 제조업 생산비용도 1.1% 상승한다면서 "한국경제는 유가상승시 교역조건 악화를 통한 소득손실 효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크게 나타난다"고 소개했다. 한정연기자 jyha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