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유가에 중질유 전환밸브 불티…경덕산업 "울산공장 24시간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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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고갈 위기로 모래 등의 이물질이 많이 함유된 중질유(Heavy oil) 사용량이 세계적으로 급증하면서 저희 회사 제품이 진가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
울산광역시에서 고기능성 특수 밸브를 제작하는 경덕산업 김광희 부사장(33 · 사진)은 18일 "세계 정유사와 석유화학 기업들로부터 밸브 수요가 넘쳐나면서 공장을 24시간 풀가동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밸브는 특수 초경합금으로 제작한 볼로 유체의 흐름을 제어하는 '메탈 시티드 볼밸브'(Metal seated ball valve)로 경도(HRC)가 다이아몬드에 버금가는 80으로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반해 독일의 아르구스(Argus)와 미국 메쏘(Metso),일본 KTM 등 글로벌 볼 밸브 전문 기업은 70이상 경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고온 고압 내부식성 내마모성 밀폐성 등에서도 경쟁사에 비해 월등히 뛰어난 데다 반영구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김 부사장은 "KD 밸브는 기존의 소모품으로 인식돼오던 볼밸브를 세계 최초로 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2008년부터 3년연속 지식경제부의 차세대 세계일류상품으로 지정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제품 경쟁력 때문에 미국 쉐브론과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대만 포모사, 중국 차이나페트롤 등 세계 다국적 정유 · 석유화학 기업에 'KD밸브'란 독자 브랜드로 공급되고 있다. SK에너지와 에쓰오일, GS칼텍스 등 국내정유사들은 원유의 찌꺼기에 해당되는 벙커C유 등 중질유를 고부가가치 경질유로 전환하는 첨단 고도화설비에 이 회사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 해 두번이나 화재가 난 대만 최대 정유사인 포모사는 KD밸브를 적용한 정유생산라인에는 불이 번지지 않았다며 올해 KD밸브 사용량을 전년보다 배이상 늘리기로 했다는 낭보도 전해지고 있다.
KD밸브는 김 부사장의 부친인 김복식 대표(59)가 1984년 세웠다. 김 대표는 6년여동안 수없는 합금과 열처리 실험을 통해 다이아몬드 강도와 맞먹는 KD밸브를 탄생시켰다. 하지만 KD밸브에 대한 내수시장의 벽은 너무나 높았다. 제품을 들고 대기업 공장을 찾아갔다가 문전박대 당하는 일이 허다했다.
이에 오기가 난 김 대표는 2007년 미국에서 5개월 동안 머물며 쉐브론을 집중 공략해 석유시추설비에 들어가는 밸브 공급거래를 성사시키면서 KD밸브는 순식간에 글로벌 제품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후 누적된 피로로 넘어져 재활치료를 받게되면서 김 부사장에게 경영을 맡겼다. 김 부사장은 2008년부터 국내 원자력발전소와 OCI, KCC, 한국실리콘 등 태양광 폴리실리콘 전문업체에 KD밸브를 공급하고 있는 것을 기반으로 올해부터 관련 분야 해외시장에 본격 데뷔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향후 5년내 매출액 1000억원의 글로벌 특수밸브 전문업체로 도약하기위해 현재의 주문 생산방식에서 대량 생산체제로의 전환에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2000년 10억원이던 매출은 해마다 30-40%씩 급신장하면서 지난해 70억원으로 불어났다. 올해 매출은 1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