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멘코너" …물에 빠뜨린 공만 4개, 세 홀 합쳐 24타 '양파'
오거스타내셔널GC의 전반 9홀을 '더블보기 플레이(18오버파)'로 마감했다. 하지만 파를 두 개나 잡았다는 사실에 뿌듯해하며 후반 첫 홀의 티박스에 섰다. 10번홀(파4 · 450야드)은 키 큰 동백나무가 홀 양쪽 가장자리를 촘촘하게 장식,새파란 하늘과 멋진 조화를 이뤘다.

언덕을 내려가 왼쪽으로 휘어지는 도그레그홀을 내려다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골프계 불변의 진리,목표한 지점으로 '똑바로'만 치자는 각오였다. 출발은 대성공.그립에 살짝 힘을 집어넣어 휘두른 드라이버의 스위트스폿에 공이 정통으로 맞았다. 기분 좋은 느낌이 손목을 타고 올라왔다. 공중에 직선을 그린 공은 지름길을 택해 페어웨이 왼쪽 러프에 살짝 걸터앉았다.

여유 있게 세컨드 샷 지점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으악~.그린 바로 앞에까지 60야드 길이의 클로버잎 모양 벙커가 구불구불 흉물스럽게 입을 벌리고 있지 않은가. 그린까지는 그야말로 '풀 반,모래 반'이었다.

그린을 곧바로 공격한 세컨드 샷은 뒤쪽 벙커턱에 걸렸다. 모래에 빠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싶었다. 3온에 성공했지만 유리알 그린에서 3퍼트를 면치 못해 더블보기로 홀아웃.마스터스대회에서 11언더파로 선두를 질주했던 로리 매킬로이는 최종라운드 이 홀에서 트리플 보기(3오버파)를 했다. 그보다는 나은 성적 아닌가.
"아! 아멘코너" …물에 빠뜨린 공만 4개, 세 홀 합쳐 24타 '양파'
◆온그린해도 굴러서 해저드로

나름대로 재미를 붙이는가 싶었는데 아이고,이제부턴 '아멘코너'와 싸워야 했다. 11번홀(파4 · 400야드),12번홀(파3 · 145야드),13번홀(파5 · 455야드)은 내로라하는 세계 최정상 프로골퍼들도 미스샷을 연발해 절로 '아멘'의 탄식소리를 낸다는 공포의 구간 아닌가.

매킬로이는 최종라운드 11번홀에서 1타,12번홀에서 2타를 연속해서 잃어버렸고,'아멘홀의 저주'에 걸려 10위 밖으로 곤두박질쳐야 했다.

11번홀에서 너무 겁먹은 탓일까. 냅다 휘두른 드라이버샷이 페어웨이 오른쪽 소나무 가까이 떨어졌다. 그린까지는 200야드.선타한 핸디캡 3의 독일 여기자는 페어웨이 한가운데에 볼을 올렸다. 그린 왼쪽 옆에는 물 웅덩이,뒤에도 저수지다.

당황한 나머지 두 번째 샷이 생크났다. 마음을 추슬러 친 세 번째 샷은 안전한 오른쪽 페어웨이를 겨냥했지만 너무 잘 맞은 게 또 흠.그린을 훌쩍 넘은 공은 뒤쪽 러프에 쳐박혔다. 가뿐하게 온 그린에 성공, 기다리고 있던 독일 여기자를 의식해 칩인을 노렸다. 샌드웨지로 툭 갖다댄 볼은 그린에 안착하는가 싶었지만 유리알 그린을 미끄러지듯 지나 물 웅덩이로 퐁당.우여곡절 끝에 6온했지만 퍼팅 난조까지 겹쳐 쿼드러플 보기(4오버파),'양파'였다.


◆노먼이 눈물 흘렸던 12번홀

아멘코너 두 번째 홀인 12번홀은 마스터스 코스에서 가장 짧은 파3홀.그린 앞으로는 길게 저수지가,그린 바로 앞과 뒤에는 각각 땅콩 모양의 벙커 두 개씩 총 4개가 위치해 있다. 6번 아이언으로 띄워 친 공은 기분좋게 그린 쪽으로 날아가는가 싶었는데,저수지 물속으로 직행하고 말았다. 동반 외국기자들의 따가운 시선을 뒤로한 채 세 번째 만에 그린에 올라왔지만 또다시 그린의 주술에 걸렸다. 치욕의 3온4퍼트로 쿼드러플 보기.

멋진 티샷 폼을 선보인 여기자는 원 온에 성공하고도 보기에 그쳤다. 마스터스 대회가 끝난 뒤 "12번홀은 윗바람이 종잡을 수 없고 그린을 읽기가 무지 어려웠다"고 토로한 최경주 선수의 얘기가 떠올랐다.

12번홀은 마스터스 대회에 출전한 프로들의 발목을 잡는 홀로 유명하다. 대표적 희생양은 호주의 영웅 그레그 노먼이었다. 노먼은 1996년 대회 마지막날 닉 팔도에게 6타 앞선 선두였지만,이 홀에서 더블보기를 범해 역전패를 당했다.

아멘코너 마지막 홀인 13번홀은 티샷 거리에 진달래꽃 화단을 품고 왼쪽으로 꺾어지는 도그레그홀.개울이 그린을 감싸고 흐르며,그린 뒤에는 벙커 4개가 입을 벌리고 있다. 그 뒤로는 소나무와 진달래 화단이 병풍을 쳤다. 오거스타에서 가장 화려한 홀로 꼽힌다.

프로들은 핀이 개울과 먼 뒤쪽에 꽂혀 있으면 이글을 노리고,개울과 가까운 쪽에 있으면 안전하게 끊어가 버디를 노린다. 티샷으로 그린이 보이는 쪽에 볼을 떨어뜨리는 게 전제다.

◆'기브'받아 간신히'양파'면해

"아! 아멘코너" …물에 빠뜨린 공만 4개, 세 홀 합쳐 24타 '양파'
1978년 도미 나카지마는 13번홀에서 13타를 쳐 역대 최고 타수의 불명예를 안았다. 2010년 4라운드 때 필 미켈슨은 마스터스 역사상 가장 뛰어난 리커버리 샷을 성공시켰다. 당시 그의 티샷은 오른쪽 소나무 숲에 들어갔지만,207야드를 남긴 지점에서 6번 아이언샷을 꺼내들고 두 소나무 사이로 절묘하게 볼을 날렸다. 2온 후 버디는 그가 우승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마스터스 대회 때마다 플레이어들의 희비를 갈라놓은 13번홀은 기자의 혼을 쏙 빼놓았다. 드라이버샷은 잘 맞아 220야드 지점에 안착했다. 하이브리드클럽으로 친 오르막 세컨드 샷도 괜찮았다. 갤러리 관람석 아래 비탈진 페어웨이에 떨어져 남은 거리는 50~60야드 정도.가볍게 개울을 넘길 것으로 판단,피칭샷을 했지만 불량 스탠스 탓에 뒤땅이 나면서 공은 개울로 직행했다.

1벌타를 받은 후 5온을 노리고 다시 칩샷을 했지만 이번엔 그린 뒤 러프로 공이 넘어갔다. 6온된 공은 경사진 빠른 그린을 타고 개울에 또 떨어졌다. 다시 1벌타를 더하고 8온한 볼은 불안한 퍼트질에 오르막 홀을 다소 멀리 지나쳤다. 동반 외국기자들이 민망했는지 '기브(오케이)'를 줘 4오버파로 기록됐지만 사실상 '양파'였다.

말로만 듣고 지켜보기만 했던 아멘코너를 직접 경험했지만,어떻게 '마(魔)의 관문'을 지나왔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남은 홀에서의 '명예회복'을 다짐했다.

오거스타=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