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여행의 으뜸 주제는 꽃이다. 매화와 산수유에 이어 벚꽃과 진달래,철쭉이 꽃잔치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진달래와 철쭉은 산행을 겸할 수 있어 좋다. 가볍게 차려입고 가까운 '꽃산'을 찾아보자.

◆인천 강화,고려산

봄꽃의 대명사인 진달래를 즐기는 데에는 인천 강화군 고려산이 제격이다. 고려산은 해발 436m로,정상에서 능선 북사면을 따라 낙조봉까지 약 66만㎡에 붉은색 융단 같은 진달래 밭이 펼쳐져 있다.

고려산은 고구려 장수 연개소문이 태어난 곳이라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진달래를 바라보며 눈을 즐겁게 하고, 연개소문의 기상을 받아 간다는 생각으로 산을 오른다면 옛 사람 못잖은 호연지기를 기를 수 있겠다. 고인돌 무리와 연개소문이 군사를 훈련시켰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치마대 등 역사의 흔적을 눈으로 확인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산행길은 적석사 입구에서 시작된다. 적석사로 오르기 위해서는 축대 왼쪽 방향으로 가야 한다. 오른쪽으로 오르면 낙조봉에 먼저 이르게 되기 때문에 훨씬 힘들다. 30일까지 '강화도 고려산 진달래 예술제'가 고려산 정상과 고인돌광장,주요 등산로 입구에서 펼쳐진다. 진달래 사진전,미술전,돌판각화체험,진달래꽃 화전 만들기,공연행사 등 다양한 먹을거리와 볼거리를 즐길 수 있다.



◆경남 창녕,화왕산

경남 창녕읍과 고암면 사이에 자리 잡은 화왕산은 한 번쯤은 가봐야 할 명산이다. 높지는 않지만 경관이 수려하고 낙동강 하류지대에 솟아올라 있어 산세가 제법 크게 느껴진다. 멀리서 보기에는 능선과 비탈 자체가 깎아지른 듯한 바위 같아 험하게 느껴지지만 막상 산꼭대기에 이르면 산성 안에 커다란 분지가 보인다. 이곳을 십리평원이라 부르는데 분지 가득 펼쳐진 풀밭이 봄이면 진달래로 넘실거린다.

화왕산 하면 '봄산'이라 부를 만큼 봄이 되면 산자락 구석구석이 진달래로 가득 찬다. 화왕산 정상에서 관룡산으로 뻗어 내린 능선 한가운데는 아예 '진달래능선'이라 이름 붙은 곳이 있을 정도다. '화왕'이란 이름은 해마다 장마로 넘치는 낙동강의 물을 다스리기 위해 불기운이 왕성하다는 의미로 정해진 것이라고 하는데,산에 불을 질러 놓은 듯 붉게 핀 진달래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은 것 같기도 하다.

창녕읍사무소 뒤로 가면 진흥왕 순수비가 있고 창녕경찰서 뒤편에 석빙고가 있다. 인근에 부곡온천과 우포늪도 있다.

◆대구 달성,비슬산

비슬산은 울창한 숲보다는 바위가 부서져 그대로 쌓여 있는 너덜지대가 많은 산이다. 정상은 암봉으로 되어 있다. 멀리 낙동강과 가야산까지 보인다. 진달래 감상과 산행의 재미를 동시에 즐길 수 있어 좋다. 비슬산 정상 평원을 가득 메운 진달래 군락의 끝이 안 보일 정도다. 진달래는 해마다 4월 말께 절정에 이른다.

비슬산은 자연휴양림을 기반으로 식생분포가 풍족하고 소나무 · 신갈나무군락지가 분포돼 있어 둘레길이 조성될 예정이기도 하다. 비슬산의 자연휴양림은 뛰어난 자연경관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산기슭에 펼쳐진 수백 개의 바위 마당과 곳곳에 자리 잡은 기암괴석이 봄꽃과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인근에는 대구스파밸리가 있어 산행 후 피로를 풀기에도 좋다.



◆전북 전주,모악산

모악산은 북으로 만경강과 남으로 동진강이 흘러 호남 일대에 물줄기를 대어 주며 호남의 어머니 역할을 하는 산이다. 국보급 문화재를 간직하고 있는 금산사의 유명세 덕에 명성을 얻게 됐다. 특히 벚꽃으로 화려하게 수놓이는 금산사의 봄 풍경은 호남 4경의 하나로 꼽힌다. 서쪽으로는 들판이 훤히 바라보이며,동쪽으로는 구의저수지가 한눈에 보인다. 봄에는 구의저수지 제방에 목백일홍이 펴 눈을 즐겁게 한다.

지난달에는 천연기념물 328호인 하늘다람쥐가 서식하는 것이 확인됐다. 죽림온천과 진동반도 심포갯벌이 있어 산행과 더불어 색다른 체험도 할 수 있다.

유정열 관동산악연구회장 · 《유정열의 1000명산 견문록》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