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저녁,경기도 안산시 원곡동 외국인 타운인 '국경없는 마을'.주말이 되자 이곳은 어김없이 '한국 속의 작은 외국'으로 변신했다. 200여개 외국인 음식점과 50여개 유흥업소 간판이 새벽까지 불야성을 이뤘고,멀리 인천과 시흥 부천에서 주말을 즐기러 찾아온 각국 노동자들이 거리에 넘쳤다.

같은 시간 서울 광희동과 대림동,인천 선린동 등 외국인 밀집 지역의 광경도 비슷했다. 길거리에는 한국어보다 중국어와 몽골어,베트남어가 더 많이 들리고 간판도 대부분 외국어였다.

대림동 K공인 관계자는 "이 지역 야간 유동인구의 80%가 중국인"이라며 "집을 구하고,식당에서 밥을 먹고,유흥을 즐기는 중국인 덕분에 지역 경제가 돌아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코리안 드림'을 찾아 밀려드는 외국인 노동자,결혼 이주자와 유학생 등으로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수가 120만명을 넘었다. 10일 법무부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국내 거주 외국인은 126만명으로,외국인 숫자 통계를 잡기 시작한 2005년 말(53만여명) 이후 5년 만에 2.4배 증가했다.

외국인은 한국의 인구통계학적 지도를 바꿔 놓고 있다. 서울에만 20여곳에 외국인 타운이 들어서는 등 전국 구석구석이 다인종 · 다문화 모자이크로 채워진다.

외국인의 경제적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외국인 타운에서는 주택 가격과 상가 권리금이 이들에 의해 좌우된다. 작년 한 해 동안 외국인 노동자 등이 해외로 송금한 액수는 99억7000만달러로,100억달러 돌파를 눈앞에 뒀다.

국내 거주 외국인을 겨냥한 '코리너(Korea+foreigner · 한국의 외국인) 마케팅'도 일반화하고 있다. 은행들은 외국인 밀집 지역에 잇따라 지점을 열고,서울 프랑스촌인 서래마을 등에는 외국인 전용 임대주택 건설이 활기를 띤다. 이동통신 대리점들도 할부 거래가 어려워 현금으로 고가 스마트폰을 사는 외국인 모시기에 열중이다. 안산 원곡동 SK텔레콤 대리점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한 달에 300대가 넘는 갤럭시와 아이폰을 사간다"고 소개했다.

외국인 증가는 외국 조직폭력배 난립과 국내 노동자 일자리 감소로 이어져 내국인의 인종 혐오증이 고개를 드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아직도 정부의 외국인 관련 정책은 걸음마 단계"라며 "이들을 다채로운 문화의 일부로 수용할 수 있도록 거주 요건 완화 등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철/강경민/이현일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