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승차감 최상···숙제는 북미시장 성공 여부에 '관심'

신형 에쿠스는 당당했다. 대한민국 최고급 승용차의 자부심은 도로를 달릴 때 위풍당당한 자신감을 과시했다. 독일산 럭셔리 세단과 함께 달려도 스타일은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현대자동차가 독자 브랜드로 애지중지 키워온 결실이 2012년형 에쿠스에 잘 녹아들었다.

에쿠스는 대형 세단 제네시스보다 더 고급스러움을 지향한다. 덩치도 제네시스보다 크지만 성능과 편의사양 또한 제네시스보다 한 수 위다. 올해 3월 가솔린직분사(GDI) 엔진을 달고 새롭게 나온 에쿠스는 '럭셔리 거함'이라는 표현이 손색 없었다. 최근 서울 시내에서 달라진 에쿠스 3.8을 타봤다.

에쿠스는 대형 세단의 기본에 충실하다. 가속 페달을 부드럽게 밟아도 힘차게 질주하는 주행 성능과 운전 내내 편안함을 온몸에 전해주는 승차감은 가히 최상급이라 할만하다. 운전자를 배려한 자동조절 시트 포지션의 편안함, 넉넉한 실내 공간과 품격을 더한 인테리어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나 BMW 7시리즈에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

서울역 일대에서 강남 신사동으로 넘어가기 위해 남산순환도로에 올랐다. 혼잡한 정체 구간에서 차선 변경은 무척 쉬웠다. 차선을 바꾸기 위해 방향지시등을 켜면 뒤따라오던 벤츠 E클래스 차량이 공간을 내주고 자리를 양보했다. 만일 중소형 승용차였다면 쉽지 않은 장면이다.

가속 응답성은 시원하다. 3.8리터 람다 직분사 엔진과 이전 6단에서 단수가 높아진 8단 후륜 자동변속기의 조합은 최고출력 334마력, 최대토크 40.3kg·m의 힘을 뽑아낸다. 변속감이 부드러워져 승차감이 좋은 것은 물론이고 핸들링도 민첩하다. 구불구불한 약수동 고개를 지날 때도 큰 덩치에서 날렵한 운동 능력을 과시했다.

정숙성은 제네시스보다 한결 좋다. 시속 100km 속도에서도 여가수 피오나 애플의 노래 소리가 전혀 방해 받지 않을 정도다. 동부간선도로에서 120km 속도로 달려도 엔진회전수는 2500rpm을 넘지 않았다. 토크 힘은 넘친다. 웬만한 도심 구간에서 시속 80km 이내로 운전하면 2000rpm 이상 요구되지 않는다. 주행 중 스포츠모드로 바꾸면 계기판 클러스터에 초록색 스포츠 표시가 들어온다. 연료 절감 운전을 하고 싶다면 에코 모드로 바꾸면 된다.

실내 공간은 군더더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수납공간이 적은 것은 이 차의 특징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내비게이션 조작 또한 고급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이얼 버튼 방식이다. 후방카메라를 지원하는 DMB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운전자의 안전을 고려했다. 운행 중 DMB 방송은 자동으로 꺼졌다가 차가 멈추면 다시 켜진다. 주행이 끝나면 브레이크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차가 알아서 자동으로 잡아준다.

이 차의 유일한 단점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굳이 하나를 찾으라면 '연비'다. 공인 연비는 9.7km/ℓ이지만 3일간 도심에서 총 230km를 주행한 결과 평균 연비는 6.2km/ℓ(평균 속도 24km 주행 시)가 나왔다. 하지만 연료 효율성은 에쿠스 고객에게 큰 문제는 아니다.

성공한 사람들이 에쿠스를 선호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중 한 가지는 언제 어디서 타더라도 당당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격은 6900만~1억600만원. 이제 에쿠스는 북미 고급차 시장에서 인정 받는 일만 남았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