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시 전용 85㎡ H아파트를 사려는 김모씨(60)는 취득세 감면을 둘러싼 정책 혼선으로 신경이 곤두서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서울 서대문 아파트를 오는 29일까지 비워줘야 하는데 용인 아파트는 취득세 감면 때문에 계약을 못하고 있어서다. 용인 죽전의 P공인 관계자는 "취득세 감면조치가 시행되지 않으면 계약을 취소한다는 단서조항을 계약서에 써달라는 매수자까지 생겼다"며 "급매물을 내놓은 집주인과 연결시켜 주고 있다"고 말했다.


◆최악의 거래 침체,다시 오나

일본 대지진,금리 인상,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부활 등 악재에 싸인 부동산 시장에 취득세 감면을 둘러싼 정책 혼란까지 겹치면서 거래가 경색되고 있다.

거래 부진은 서울 강남과 강북,경기권을 가리지 않는다. 서울 등촌동 세계공인 박병구 대표는 "비강남지역의 거래가 더 안된다"며 "취득세 감면 혜택을 보려고 잔금을 500만원 정도 남겨둔 사람이 적지 않아 중개업소가 싸움터가 됐다"고 목청을 높였다.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베르빌공인 김종언 대표는 "지난 2월 전세난으로 밀려든 실수요자들이 한 달에 60~70건 이상 매매하던 호조세가 '3 · 22 대책' 이후 한꺼번에 사라져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실수요자들도 내놓은 집이 팔리지 않아 걱정이다. 최근 서울 화곡동 전용 85㎡를 5억7000만원에 산 장모씨(43)는 1년째 팔리지 않는 남구로역앞 래미안 아파트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그는 "전세를 줬지만 그 집도 융자가 2억원 있어 금융비용이 적지 않다"며 "취득세 감면혜택 얘기가 나온 이후엔 집을 보겠다는 사람 발길이 아예 끊겼다"고 하소연했다.

건설사들도 입주 아파트 잔금 납입이 미뤄져 자금 압박을 받고 있다. 최근 입주를 시작한 지방아파트 건설사 관계자는 "중도금 대출을 잔금 대출로 전환하려는 입주 예정자 가운데 30%가량이 서명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강남권 대형호재도 '별무 효과'

개포지구 정비계획안 통과와 고덕시영 재건축 사업계획 승인이란 호재도 묻혀 버렸다. 개포주공1단지 상가 내 개포부동산 채은희 대표는 "지난달 23일 개포지구 정비계획안 통과 이후 저가매물이 잠깐 소화됐지만 감면혜택 이후 사겠다는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4000만원 정도였던 매도호가 상승폭이 2000만원대로 낮아졌다"고 전했다.

수도권 아파트 가격도 하락세로 반전됐다. 부동산 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이달 들어 7일까지 수도권 아파트값은 0.02% 떨어져 1주일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서울은 지난주 0.01% 상승했으나 이번 주엔 0.03% 내렸다. 고덕시영이 있는 강동구의 하락률이 0.17%로 가장 컸다. 5주 연속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리서치연구소장은 "개별 호재가 취득세 감면에 따른 매수세 단절을 이기지 못한 때문"이라며 "재건축 재료도 시장 회복의 계기가 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대책 입법에 목매

전문가들은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어 부동산 활성화 보완 대책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연초 시장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허물어지는 분위기"라며 "주택거래와 공급의 숨통을 틔우려면 대출 등 금융규제는 지속하되,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 등 과감한 규제완화가 불가피하다"고 조언했다.

김호철 단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국회 입법과정까지 실수요자들이 신경써야 할 정도로 정책 혼선을 가져온 정부의 책임이 크다"며 "가부간에 빨리 취득세 감면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작년의 거래침체가 재연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규호/심은지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