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하루 외환거래량은 4조달러에 이른다. 세계 외환보유총액은 8조6000억달러를 헤아린다. 외환보유액에서 차지하는 달러 비중은 62%나 된다. 달러는 어떻게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통화가 됐을까. 기축통화로서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한 중국의 위안화는 달러를 넘어 세계화폐로 발돋움할 수 있을까.

《화폐전쟁,진실과 미래》는 세계 금융위기를 예견해 화제를 모은 《화폐전쟁》을 객관적으로 해부한 책이다. 중국 공영방송 CCTV의 간판 경제프로그램 '경제 30분'에서 방영돼 관심을 끈 이 책은 세계 화폐의 현주소와 강대국 간의 미래 화폐전쟁을 예측한다. 파운드에서 달러 엔 유로 위안에 이르기까지 세계경제를 주름잡는 화폐의 탄생과 성공,실패 과정을 파헤치며 위안의 미래 모습을 그린다.

이 책은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된 세계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힘겨루기가 거세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특히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에 허덕이는 미국과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큰 중국 간의 환율전쟁이 심해질 것이라며 위안의 위상강화 방안을 모색한다.

결론은 국력이다. 화폐 파워의 원천은 그 나라의 국력에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축통화 역할을 한 화폐는 영국 파운드와 미국 달러밖에 없다. 파운드와 달러에 도전한 독일 마르크나 일본 엔은 끝내 국력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위안을 좀 더 강력한 화폐로 만드는 길은 국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는 게 당연하다.

파운드의 부침과 달러의 패권,엔과 유로,위안 순으로 짚어가는 이 책은 세계 화폐의 역사요 경제사나 다름없다. 파운드를 달러로 대체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엔이 세계 화폐로의 도약에 실패한 이유 등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달러는 유럽에서 일어난 세계대전을 토대로 급부상했다. 1859년 20억달러에도 못 미쳤던 미국의 산업총생산이 1918년 840억달러로 급증,세계시장 점유율이 4%에서 39.2%로 성장했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도 전 세계의 48%를 차지했다. 세계 상품의 절반 가까이가 미국산이었고,무역량은 3분의 1에 해당했다. 무역이 늘면서 황금비축량도 1938년 145억달러에서 1945년 200억달러로 급증했다. 이는 전 세계 황금 비축량의 59%로 달러의 힘이 그만큼 강력해졌다. 이를 기반으로 1944년 브레턴우즈 회의에서 영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달러를 사용하기로 하면서 화폐시장에서 패권을 잡았다는 것이다.


달러와 유로의 싸움은 피를 불렀다. 2001년에서 2003년까지 유로의 대달러 환율이 계속 오르자 미국은 코소보 사태를 이용해 유럽을 혼란에 빠뜨렸다. 또 이라크 전쟁을 일으켜 중동 지방에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유럽의 행보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이라크 전쟁이 터진 뒤 유로의 대달러 환율이 내리막길을 걸었다는 게 정설이다. 미국은 달러 패권을 보호하려는 의도를 결코 숨긴 적이 없다는 주장이다.

그럼 위안은 기축통화의 지위까지 오를 수 있을까. 현재 중국의 세계 GDP 점유율은 6% 정도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40%,20%다. 경제력을 단순비교하면 위안의 국제화는 여전히 멀어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고 주장한다. 현실적인 환율로 환산하면 중국은 미국과 일본의 뒤를 바짝 쫓고 있는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다. GDP 구매력 기준으로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위안의 국제화는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대세라는 것이다.

이 책은 미 · 중 간 협력과 경쟁의 틀이 화폐영역까지 침투할 것이 틀림없다고 강조한다. 앞으로 세계 화폐 발언권을 다투는 과정에서 달러와 위안의 직접적 대결을 예상하면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는다. '길은 아득하고 까마득히 멀지만 나는 오르내리며 찾아 나서노라'는 굴원의 명언에 멀리 내다보고 차근히 밟아가는 위안의 세계 화폐 전략이 함축돼 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