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의문의 실종 사건,사건의 뒤를 쫓는 수사관,사체 발견 그리고 마침내 밝혀지는 사건의 전모…. 대부분의 스릴러 소설들은 전형적인 전개 방식과 다소 뻔한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독일에서 사랑받고 있는 '사이코 스릴러(psycho thriller)'는 신선한 사건 전개 방식과 예상을 뛰어넘는 의외성을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슈피겔 및 아마존 베스트셀러의 상위권을 대부분 사이코 스릴러들이 차지하고 있다. 독일 독자들은 사이코 스릴러를 읽는 재미에 푹 빠져 헤어나올 줄 모른다. 요즘 독일에서 유행하고 있는 사이코 스릴러들은 잔인하거나 긴박하지는 않다. 대신 치밀하면서 묘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마지막 책장을 덮기 전까지 독자들은 쉽게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낼 수 없다. 책장을 덮은 후에도 등장인물들의 잔상이 머릿속에 남아 있거나,오랫동안 그 여운으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다.

최근 한국어로 번역 출간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 Schneewittchen muss sterben》은 출간 후 한 달 만에 10만부 돌파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현지의 여러 매체를 통해 '2010년 올해의 책'에 선정된 이 책이야말로 최근 독일에서 유행하고 있는 사이코 스릴러의 특징을 가장 잘 설명해준다.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실종 사건과 그 사건을 둘러싼 음모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독자들은 수많은 등장인물을 만난다. 그들의 모습은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의 모습으로 비쳐진다. 우리 안에 꼭꼭 숨겨져 있는 질투심 권력욕 복수심 증오심 그리고 마주하고 싶지 않은 여러 추악한 본성들이 등장인물들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저도 모르게 소설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또 한 권의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사이코 스릴러가 출간돼 독일 출판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올 1월 출간과 동시에 바로 베스트셀러 상위권으로 진입한 《사라진 소녀들 · Blinder Instinkt》이다. 이 책은 독일을 넘어서 프랑스 스페인 터키 일본 한국 등 주요 국가에 판권이 팔리는 등 세계적인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연이은 시각 장애인 소녀의 실종 사건,그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려는 수사관과 복수를 꿈꾸는 실종자의 오빠 등 소설 속 등장 인물들에게서 독자들은 자신들의 삐뚤어진 모습을 발견한다.

현대인은 지금 자신들의 불안한 심리를 발산할 '해방구'를 필요로 하고 있는가? 아니면 불안한 현실로부터 숨고 싶은 '도피처'를 찾고 있는가? 사이코 스릴러의 유행은 스릴러 소설보다 더욱 잔인하고 불안하고 긴장된 현실 속에 살고 있는 현대인의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

/홍순철 <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