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정부 방침이 대기업에 대해선 4년마다 예외없이 정기 세무조사를 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세무조사를 안 받으면 그게 더 이상한 것 아닙니까?"

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수요사장단회의가 끝난 직후 이인용 삼성커뮤니케이션팀 부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이날 사장단 회의에서는 국내에서 이슬람문화권 최고 권위자로 통하는 이희수 한양대 교수(문화인류학)가 '중동 민주화 바람의 배경과 향후 전망'을 주제로 강연했다. 여느 때 같으면 강연 내용에 대해 질의 응답이 주를 이뤘을 터.하지만 이날 브리핑에선 '세무조사'가 주된 이슈였다.

전날 삼성물산삼성중공업 호텔신라가 세무조사를 받는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이건희 회장의 '정부 경제정책 낙제점' 발언과 맞물린 '확대 해석'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이 부사장은 세무조사와 관련해 삼성의 '곤혹스러운 입장'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삼성중공업 세무조사를 세적지(稅籍地)인 부산지방국세청이 아닌 서울지방국세청이 맡는 것에 대해 "삼성중공업 세적지는 부산이 아니라 서울이 맞다"고 설명했다. '정기 세무조사로 보기엔 뭔가 다른 의도가 있다'는 일각의 해석이 팩트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었다. 이 회장이 정부 압박을 피하려 영국 런던으로 출국했다는 시각과 관련해서도 "사실 관계가 맞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런던에서 열리는 스포트어코드가 애초부터 4월 초로 잡혀있었고,이 회장은 한 달 전쯤 3월 말이나 4월 초에 출국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 부사장은 사견(私見)임을 전제로 "삼성이 한국 사회에서 경제적 비중이 큰 기업이다 보니,비판과 감시도 더 많아야 한다는 지적에 동의한다"면서 "다만 (세무조사 관련 보도를 접하면서) 삼성의 미디어 리스크가 참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