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여년간 세계 PC 시장을 지배한 건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windows)와 인텔(intel)의 합성어인 '윈텔(wintel)'이었다. MS 윈도 운영체제와 인텔 CPU는 컴퓨터 산업의 표준이었다. 전 세계 PC 시장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윈텔 동맹'은 막강했다.

영원할 것처럼 보였던 윈텔 동맹에 균열을 가져온 것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대변되는 컴퓨팅 환경의 변화다. 스마트폰 등이 주도하는 모바일 시대를 맞아 윈텔의 시장 지배력은 급속히 약화됐다. MS 윈도의 점유율은 PC 시장에서는 90%에 달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5%에도 못 미친다. 지난해 스마트폰 운영체제 시장에서 심비안(노키아)이 37.6%,안드로이드(구글)가 22.7%를 차지한 것에 비해 윈도의 점유율은 4.2%에 그쳤다. 인텔도 PC CPU 시장에서는 점유율이 80%가 넘는 절대강자지만 모바일 CPU 부문에서는 힘을 못 쓰고 있다.

윈텔의 아성을 위협하며 모바일 운영체제와 CPU 시장을 장악한 새로운 강자는 구글과 ARM이다. 두 회사의 합성어인 GARM은 모바일 시대를 대표하는 새로운 동맹체제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 나온 신제품 중 절반이 GARM 기반 제품일 정도로 GARM은 막강해졌다.

초기 인터넷 검색엔진으로 유명해진 구글은 2007년 모바일기기용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를 내놓은 데 이어 2009년 PC용 운영체제 크롬을 개발하면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자사 운영체제를 쓰는 모바일기기를 확산시켜 검색엔진 등 기존 웹서비스의 이용자도 늘리는 것이 구글의 전략이다.

영국의 반도체 설계 전문업체인 ARM은 저전력 설계 분야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인텔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전 세계 스마트폰과 MP3플레이어의 95%가 ARM이 만든 칩을 쓴다.

반면 윈텔 동맹의 입지는 급격히 좁아졌다. MS는 인텔의 경쟁사인 ARM과 제휴해 개발한 윈도폰용 운영체제를 CES에서 선보였고,인텔은 노키아와 공동으로 모바일 운영체제 미고를 개발했다. 전통적인 협력관계에만 의지해서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윈텔의 약화와 GARM의 부상은 장기간 정상의 자리를 차지한 기업도 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하면 순식간에 도태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윈텔은 초기 모바일 기술 개발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같은 소극적인 대응은 경쟁업체가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시간만 벌어주고 말았다. 최상의 성능보다는 소비자를 고려한 최적의 성능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도 중요한 시사점이다. 윈텔은 최상의 성능을 우선시한 반면 GARM은 모바일 시대에 맞게 사용하기 쉽고 전력 소비가 적은 제품을 개발했다.

모바일기기 제조사들은 GARM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새로운 종속의 고리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제조업체들은 GARM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지만,GARM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이들의 전략 변화에 휘둘릴 수밖에 없고 하청 제조업체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주도 세력과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시스템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등의 기반 기술을 확보하고 경쟁 세력과의 협력을 통해 주도 세력을 견제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장성원 삼성경제연구소 수석 연구원 serijsw@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