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전체 유보율은 700% 넘어 사상 최대…태광산업은 3만6385% 초과해 1위 등극

작년에 사상 최대 실적 잔치로 상장기업들의 내부 자금이 늘어났지만, 소극적인 투자로 유보율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이 양호한 대기업들의 유보율은 무려 1천200%를 넘었다.

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종 친기업정책으로 재계에 도움을 준 만큼 이제는 기업들이 다가올 위기에 대비해 투자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5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자산총액 기준 10대 그룹 상장 계열사들의 작년 말 현재 유보율은 1천219.45%를 기록했다.

2009년 말 유보율인 1천122.91%보다 96.54%포인트가 높아진 수치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 10대 그룹 계열사 중 작년과 비교를 할 수 있는 72개사가 분석대상이다.

10대 그룹 유보율은 외환위기 이후 꾸준하게 올라 2004년 말 600%를 돌파한 데 이어 2007년 들어서는 700%대, 2008년 말에는 900%대에 올라섰으며 2009년에는 1천%를 넘어섰다.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나눈 비율인 유보율은 영업활동 혹은 자본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자금을 얼마나 사내에 쌓아두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 비율이 높으면 통상 재무구조가 탄탄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반대로 투자 등 생산적 부분으로 돈이 흘러가지 않고 고여 있다는 부정적인 뜻도 있다.

10대그룹 상장 계열사의 자본금은 25조9천493억원으로 1년 전보다 8% 늘어나는데 그쳤으나 이익잉여금은 242조1천624억원으로 23% 증가했다.

대기업이 벌어들인 돈을 투자하지 않고 곳간에 쌓아놓으면서 잉여금이 자본금의 12배를 훌쩍 넘어선 셈이다.

전체 이익잉여금에서 10대그룹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도 57%에서 59%로 증가했다.

전체 상장사 626곳의 유보율도 746.38%로 700%를 넘었다.

1년 전보다 65.24%포인트나 높아졌다.

유보율이 가장 높은 곳은 태광산업으로 무려 3만6천385.49%다.

2009년 말 3만1천493.85%에서 다시 늘었다.

SK텔레콤은 2만9천102.71%에서 3만739.60%로 3만%를 넘어섰다.

자본금과 자본잉여가 같은 상황에서 이익잉여가 늘어난 결과다.

2만%대는 롯데제과, 1만%대는 남양유업, 롯데칠성음료, SKC&C, 영풍이다.

삼성전자의 유보율도 8천100.41%에서 9천358.63%로 늘어났다.

신영증권 김세중 이사는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기업들이 전략적 안정에 치중하면서 유보율이 높아졌다.

선순환 되려면 기업이 투자를 늘려야 하는데 아직은 그런 단계가 아니다.

세계 경기가 회복돼야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곽세연 기자 ksye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