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속락하는 원·달러 환율 덕에 그동안 부진하던 내수주들이 기를 펴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내수주 강세가 좀 더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정유, 화학, 자동차가 맡았던 주도주 역할을 내수주가 빼앗기는 무리라는 진단이다.

4일 오후 2시43분 현재 유가증권시장 음식료 업종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80%(47.10포인트) 뛴 2668.59를 기록하며 전 업종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금융업(1.41%), 전기가스업(1.11%), 유통업(1.34%) 등도 강세를 타고 있다.

반면 SK에너지의 휘발유 가격 인하 소식과 함께 정유주들이 동반 급락하면서 화학업종이 3.45% 급락하고 있다. 자동차가 속한 운수장비(-1.49%)도 약세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원화 강세가 반영되면서 저평가 메리트가 돋보인 내수주 주가가 상승했고, 특히 은행주의 경우 양호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규제 때문에 그동안 못 오른 측면이 컸다"면서 "이달에는 경기민감주 가운데 지난달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은행, 증권, IT(정보기술), 철강, 운송, 기계 업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단기적으로 내수주가 주도주와의 갭(격차) 메우기 과정을 거치면서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익률을 보일 것이란 전망엔 증시 전문가들이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다만 내수주가 수출주를 대신해 증시 주도권을 잡기는 무리라는 데 보다 무게를 두고 있다.

김미혜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1분기 실적을 통해 원화 강세 영향을 확인할 필요가 있지만 현 시점에서 원·달러 환율 하락이 주도업종을 바꿀 정도의 강도는 나타내지 못할 것으로 본다"면서 "환율 하락 속도가 일정하다면 기업들이 헤지할 수 있고, 환율 만으로 기업의 경쟁력이 결정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원·엔 환율이 아직 절대 수준에서 높기 때문에 최근 원화 강세가 수출주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 만큼 크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투신권에서도 내수주 중심 장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송성엽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현 시점에서 당분간 내수주 수익률이 (수출주보다) 더 나은 흐름을 보일 것"이라면서도 "이달 중 갭 메우기 수준으로 한계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상진 동부자산운용 주식운용팀장은 "환율이 1100원 아래로 미끄러졌지만 이후 절상속도와 원자재 가격 상승 전망 등을 고려하면 수출주 중심의 기존 주도주가 조정을 거친 후 재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주도주였던 정유, 자동차 등에 꾸준히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이후 금리인상 기조를 고려하면 내수주 중 금융주가 음식료주보다 메리트가 있다"고 덧붙였다.

원·달러 환율은 거래일 기준 닷새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오후 2시43분 현재 3.45원(0.32%) 떨어진 1087.54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17일부터 약세 기조를 이어온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30일 1100원대로 밀려난 데 이어 같은달 31일 1000원대로 내려앉았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