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대회의 코스는 일반 대회보다 매우 어렵게 셋업돼 있다. 골프에 필요한 모든 능력을 갖춰야만 정상에 도전할 수 있다. 롱게임,쇼트게임,멘탈 등에서 조금만 뒤떨어지면 우승을 꿈꾸기 어렵다.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에서 장타자들이 상위권을 점령한 것도 이 때문이다. 코스 전장이 6700야드를 넘는 만큼 롱게임에 뛰어난 선수들에게 유리할 것이란 예상이 그대로 적중했다. 대표적인 장타자 청야니(대만)가 단독 선두에 나섰고 지난해 장타 1위 미셸 위가 4위,장타 2위 브리타니 린시컴이 공동 6위를 달리고 있다.

청야니는 3일(한국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의 미션힐스골프장(파72)에서 열린 대회 사흘째 '데일리 베스트'인 6언더파 66타를 몰아쳐 합계 12언더파 204타로 2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에게 2타 앞선 단독선두를 달렸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우승에 바짝 다가섰다.

청야니의 1~3라운드 평균 드라이버샷은 297.67야드로 집계됐다. 그는 지난해 평균 드라이버샷 262.3야드로 10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장타 랭킹 1위 미셸 위(평균 274.5야드)는 296.5야드,랭킹 2위 린시컴(266.6야드)은 293.33야드를 쳤다.

이번 대회는 37도가 넘는 불볕더위 속에서 열려 페어웨이와 그린이 딱딱했다. 이로 인해 다른 코스보다 런(run)이 많이 발생해 모든 선수의 거리가 20~30야드 늘어났다. 이를 감안해도 청야니는 미셸 위와 린시컴을 능가할 정도로 지난해보다 10야드 이상 거리를 늘린 셈이다. 보기 없이 버디 6개를 솎아낸 청야니는 18차례의 온그린 시도에서 딱 한 차례만 놓칠 정도로 완벽한 샷감각을 자랑했다. 이날 5~6m 버디 퍼팅 4개를 떨구며 퍼팅에서도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기대를 모았던 신지애는 합계 3오버파 219타로 공동 36위에 머물렀다. 신지애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는 것도 장타와 연관성이 높다. 신지애는 3라운드 평균 261야드를 쳤다. 지난 시즌 평균 237.6야드(공동 117위)보다는 23.4야드 늘었으나 이 코스에서 모든 선수가 20~30야드 늘어났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거리 증대는 별로 없었다는 얘기다.

최근 샷 감각이 좋은 김인경도 이번 대회 평균 드라이버샷 257.17야드에 머물면서 합계 1오버파 217타로 공동 20위에 그쳤다.

투어 사상 일곱 번째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도전 중인 박세리는 합계 1언더파 215타로 공동 14위다. 한때 합계 3언더파까지 타수를 줄이며 상위권으로 도약했으나 16번홀 보기,17번홀 더블보기로 막판에 타수를 까먹고 말았다. 박세리는 평균 드라이버샷 280.83야드를 기록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