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방위 입성여부 최대 관심거리
세대교체ㆍ경제살리기 뒷받침 가능성도

우리의 정기국회 격인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2기 4차회의가 나흘 뒤인 7일 열린다.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지난해 공식화된 김정은 후계체제를 뒷받침할 권력 및 정책 변화 여부에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최고인민회의는 노동당의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받지만 국방위원회 및 내각 인선, 각종 법령의 제·개정, 경제정책 수립 및 예산 편성 등의 권한을 갖고 있어 회의 결과는 북한 권부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지난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공개된 김정은의 권한과 위상을 강화하는 각종 안건을 의결할 경우 이번 회의는 후계자 김정은을 위한 `잔치'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김정은, 국방위 고위직도 꿰찰까 = 작년 9.28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이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선임됨으로써 북한의 후계체제가 공식화됐다는 점을 들어 이번 회의에서도 또다른 권력기관의 특정 자리를 꿰찰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단 김정은이 북한의 최고권력기관인 국방위원회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할 것인지가 최대 관심거리다.

북한은 지난 2009년 최고인민회의 제12기 1차 회의에서 헌법 개정을 통해 국방위원장을 '공화국의 최고 영도자'로 명시하고 국가의 전반사업 지도, 외국과 조약 비준·폐기권, 특별사면권 등을 국방위원장 권한에 추가했다.

따라서 이번 회의에서 김정은이 막강 권력기관인 국방위의 부위원장에 진출할 수도 있고, 조명록 전 군 총정치국장의 사망으로 공석이 된 제1부위원장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이 국방위에 이름을 올리면 작년 9월 노동당에 이어 국방위까지 접수하면서 김정은 후계체제는 더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김정은이 국방위 고위직에 오르는 파격인사가 이번 회의에서 가시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이미 1980년대부터 고(故) 김일성 주석과 공동정권을 만든 이후 아버지인 김 주석의 레임덕을 지켜봤던 김정일 위원장이 아들인 김정은으로의 권력이양에 속도조절을 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건강이 최근 호전되고 있다는 국내외의 평가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 호전되고 있어 김정은으로의 권략이양은 약간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며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해로 지정한 내년에 김정은에게 국방위의 고위직이 돌아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후계체제 뒷받침할 인적 개편 가능성 = 국방위와 더불어 최고인민회의는 북한 정부의 각종 인선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후계체제에 보조를 맞추는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작년 당대표자회에서 당 비서로 기용된 최룡해·문경덕·김평해·김영일·김양건과 당 부장이 된 오일정·태종수 등은 50∼60대로 북한 권부 내에서 비교적 젊은층에 속한다.

이런 점을 들어 북한이 내각 등 행정기관에도 세대교체의 바람을 불어넣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북한은 우리의 한국은행 격인 조선중앙은행 총재에 1962년생으로 올해 만 49세인 백룡천을 총재로 기용했다.

물론 부친인 백남순 전 외무상의 후광을 입은 것으로 보이지만 중앙은행 총재로는 파격적인 인사로 평가된다.

이 같은 세대교체 움직임이 이번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행정기관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최영림 내각 총리가 단독으로 현지시찰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들어 내각의 권능을 강화하는 변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놓는 이들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작년 당대표자회를 통해 노동당의 조직을 추스른 만큼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는 내각의 경제분야 감독 및 자원배분의 역할을 강화하는 조치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성대국 건설을 위해 경제발전에 올인하는 상황에서 내각의 권한을 강화하고 이를 법제화함으로써 '국가경제개발 10개년 전략계획' 등을 추진할 정치·제도적 환경을 마련하려고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경제 살리기 `개방입법' 나올까 = 내년 강성대국의 해를 앞두고 경제 살리기를 뒷받침할 법제적 조치가 나올지도 주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로 꼽힌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29일과 30일 황철남 라선시 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의 언급을 잇따라 인용하며 라선경제무역지대를 국제화물중계지, 수출품가공지, 국제적인 금융 및 관광지로 꾸릴 것이라며 특혜관세제도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외자유치에 등이 단 북한 당국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해외자본 유치를 위해 개방을 앞당기는 법령의 제정 등이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전현준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회의에서 외자유치를 위한 새로운 법령 제정과 경제특구 지정 등의 조치가 나올 수도 있다"며 "후계체제가 급속히 추진되고 있는 만큼 이를 공고화하기 위해서라도 인민경제 상황이 이른 시일 내에 향상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외 개방의 연장선에서 이번 회의에서 북미관계나 남북관계, 핵문제 등과 관련한 발표가 이뤄질지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북한은 2003년 9월 최고인민회의 제11기 1차회의에서 북·미 사이의 핵문제에 관한 외무성의 대책을 승인했고, 김영삼 정부가 갓 출범한 1993년 4월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9기 5차회의에서는 '조국통일을 위한 전민족 대단결 10대강령'을 채택한 바 있다.

전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은 강성대국 건설의 완성자가 되고자 남한과 관계개선에 많은 공을 들일 것"이라며 "이번 회의에서 남북관계와 관련한 획기적인 제안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