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신경숙과 신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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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는 당대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다. 사회 구성원들의 감성 라인을 가장 빨리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트렌드 분석의 단초로 삼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물론 많이 팔린다고 꼭 좋은 책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양서(良書)를 구분하는 기준은 따로 있다.
최근 베스트셀러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 흥미롭다. 신정아 자전에세이 《4001》이 지난 1일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출간된 지 열흘 만이다. 7주 연속 1위를 달리던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단숨에 주저앉혔다.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도 밀어냈다. 판매량은 10만부에 육박한다. 대단한 '파괴력'이다. 그러나 거기까지인가보다. 독자들의 반응이 날마다 반영되는 교보문고 인터넷 일일집계에서는 금방 2위로 내려앉았다. 예스24에서는 3위로 떨어졌다.
반면 신경숙 소설 《엄마를 부탁해》는 19위에서 3위로 뛰어올랐다. 나온 지 2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인기다. 출간 당시 10주 연속 1위에 올랐던 이 작품은 170만부 이상 팔렸다. 오는 5일 미국에서 출간되는 영문판은 예약판매만 10만부를 넘었고,책이 나오기 전에 2쇄에 들어갔다. 유럽 8개국에서도 곧 번역본이 나온다. 저작권은 아프리카를 제외한 전 대륙의 24개국에 수출됐다. 대단한 '파급력'이다.
두 권의 베스트셀러를 대하는 시각은 판이하다. 《4001》의 최초 독자층이 40~50대 남성으로 드러나자 엿보기 욕망을 지적하는 '관음증'이 도마에 올랐다. 주독자층이 30~40대 여성으로 바뀌면서 '동질성 추구'와 '전복적 쾌감'이 논란거리로 부상했다. 같은 일을 각기 다르게 기억하고 재구성하는 '라쇼몽(羅生門) 효과'까지 오르내렸다.
더 큰 문제는 신뢰성이었다. 실명 공개와 진위 논란의 파장이 커지자 전문기관이 여론조사에 나섰다. 611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35.4%가 "내용이 사실보다 과장됐을 것"이라고 답했다. "거짓이라고 생각한다"는 6.3%,"사실이라고 생각한다"는 23.4%였다. '외할머니의 소개로 만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나 기자회견 때 코멘트를 부탁했다'는 내용이 '대통령을 본 적도 없다'는 2007년 인터뷰 발언과 배치되면서 논란은 커지고 있다.
자전에세이는 논픽션이다. 팩트(사실)가 생명이다. 서점에서 만난 30대 여성독자는 "사실 여부를 떠나 재미있지 않냐"며 "그냥 여성잡지 읽듯 호기심에서 본다"고 말했다. 저자로서는 억울하고 안타까울 일이다.
《엄마를 부탁해》는 픽션이다. 사실이 아니라 허구에서 출발한다. 그런데도 '모성'이라는 키워드로 우리 사회의 수많은 아들 딸과 아버지를 울렸다. 이젠 한국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세계적인 보편성과 울림을 갖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작가의 어머니는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이 팩트는 진위 논란의 대상이 아니라 감동의 밑바탕을 이루는 현실이다. "이런 얘기가 서구사회에도 먹힐 줄 몰랐다"는 국내 독자들과 "인물과 지명만 바꾸면 그대로 우리 이야기"라는 미국 독자들의 반응은 한곳에서 겹쳐진다. "엄마와 딸이라는 가족관계를 넘어 여성 대 여성,인간 대 인간의 기본적이고 원초적인 관계를 입체적으로 그리는 데 성공했다"(문학평론가 김미현)는 것이다.
급격하게 발전하는 사회의 또다른 단면들을 비추는 점에서는 두 권 다 비슷하지만 그에 대한 반향은 많이 다르다. 왜 그럴까. 양서의 힘은 신뢰와 공감,성찰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고두현 문화부장 kdh@hankyung.com
최근 베스트셀러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 흥미롭다. 신정아 자전에세이 《4001》이 지난 1일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출간된 지 열흘 만이다. 7주 연속 1위를 달리던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단숨에 주저앉혔다.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도 밀어냈다. 판매량은 10만부에 육박한다. 대단한 '파괴력'이다. 그러나 거기까지인가보다. 독자들의 반응이 날마다 반영되는 교보문고 인터넷 일일집계에서는 금방 2위로 내려앉았다. 예스24에서는 3위로 떨어졌다.
반면 신경숙 소설 《엄마를 부탁해》는 19위에서 3위로 뛰어올랐다. 나온 지 2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인기다. 출간 당시 10주 연속 1위에 올랐던 이 작품은 170만부 이상 팔렸다. 오는 5일 미국에서 출간되는 영문판은 예약판매만 10만부를 넘었고,책이 나오기 전에 2쇄에 들어갔다. 유럽 8개국에서도 곧 번역본이 나온다. 저작권은 아프리카를 제외한 전 대륙의 24개국에 수출됐다. 대단한 '파급력'이다.
두 권의 베스트셀러를 대하는 시각은 판이하다. 《4001》의 최초 독자층이 40~50대 남성으로 드러나자 엿보기 욕망을 지적하는 '관음증'이 도마에 올랐다. 주독자층이 30~40대 여성으로 바뀌면서 '동질성 추구'와 '전복적 쾌감'이 논란거리로 부상했다. 같은 일을 각기 다르게 기억하고 재구성하는 '라쇼몽(羅生門) 효과'까지 오르내렸다.
더 큰 문제는 신뢰성이었다. 실명 공개와 진위 논란의 파장이 커지자 전문기관이 여론조사에 나섰다. 611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35.4%가 "내용이 사실보다 과장됐을 것"이라고 답했다. "거짓이라고 생각한다"는 6.3%,"사실이라고 생각한다"는 23.4%였다. '외할머니의 소개로 만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나 기자회견 때 코멘트를 부탁했다'는 내용이 '대통령을 본 적도 없다'는 2007년 인터뷰 발언과 배치되면서 논란은 커지고 있다.
자전에세이는 논픽션이다. 팩트(사실)가 생명이다. 서점에서 만난 30대 여성독자는 "사실 여부를 떠나 재미있지 않냐"며 "그냥 여성잡지 읽듯 호기심에서 본다"고 말했다. 저자로서는 억울하고 안타까울 일이다.
《엄마를 부탁해》는 픽션이다. 사실이 아니라 허구에서 출발한다. 그런데도 '모성'이라는 키워드로 우리 사회의 수많은 아들 딸과 아버지를 울렸다. 이젠 한국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세계적인 보편성과 울림을 갖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작가의 어머니는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이 팩트는 진위 논란의 대상이 아니라 감동의 밑바탕을 이루는 현실이다. "이런 얘기가 서구사회에도 먹힐 줄 몰랐다"는 국내 독자들과 "인물과 지명만 바꾸면 그대로 우리 이야기"라는 미국 독자들의 반응은 한곳에서 겹쳐진다. "엄마와 딸이라는 가족관계를 넘어 여성 대 여성,인간 대 인간의 기본적이고 원초적인 관계를 입체적으로 그리는 데 성공했다"(문학평론가 김미현)는 것이다.
급격하게 발전하는 사회의 또다른 단면들을 비추는 점에서는 두 권 다 비슷하지만 그에 대한 반향은 많이 다르다. 왜 그럴까. 양서의 힘은 신뢰와 공감,성찰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고두현 문화부장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