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주총 시즌이 끝나가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한숨만 나온다. 낙하산 인사관행이 하나도 달라진 게 없어서다. 금감원 부원장보를 지낸 이석근씨가 신한은행 감사로, 금감원 거시감독국장 출신 박동순씨가 국민은행 감사로 갔고 정창모 금감원 연구위원은 대구은행 감사로 자리를 옮겼다. 금융회사 감사 자리에는 금감원 출신들이 '종결자'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셈이다. 청와대도 가만 있지는 않았다. 한국거래소의 전산자회사 코스콤 감사에는 김상욱 전 대통령실 위민팀장이 임명됐다. 역시 청와대 행정관 출신인 윤석대 현 코스콤 전무와 함께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조직이던 안국포럼 출신이다. 여기에 금융권 사외이사까지 합하면 청와대나 금감원 재정부 출신 낙하산 숫자는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6차례나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런 식의 낙하산 인사가 계속되는 판에 무슨 공기업 선진화를 이루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8 · 15 경축사에서는 공정사회 구현을 천명했다. 하지만 이후 감사를 교체한 공기업의 60% 이상을 청와대 한나라당 등 범여권 인사들이 차지했다. 이러고도 공정사회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낙하산들의 업무 능력이 뛰어나다면 또 모르겠다. 지난해 기재부의 공기업 평가 결과 대선 캠프나 인수위에서 활동했던 정치인 출신이 기관장인 공기업 24곳 가운데 10곳이 C등급 이하 평가를 받았다. 기관장 평가에서도 '미흡'과 '아주 미흡' 등급을 받은 기관장 20명 중 12명이 정치권 인사였다. '탁월'과 '우수' 평가를 받은 기관장 중 정치인 출신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286개 공공기관 가운데 올 들어 3년 임기를 채웠거나 공석인 기관장이 130여명에 달하는데 7,8월에 집중적으로 임기가 만료된다. 대통령 임기 1년여를 앞두고 '감투잔치'가 벌어질 수도 있다. 현재 공공기관 부채는 약 350조원으로 5년 뒤에는 6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모두 국민부담이다. '낙하산 부대'는 신의 직장에서 고임금 혜택을 누리고 국민들의 허리는 휘어만 가는 일이 언제까지 반복돼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