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은 오랫동안 상식으로 통했다. 제한된 자원을 하나의 분명한 목표에 집중하는 것은 성공의 지름길로 여겨졌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인들은 안정과 혁신,당장의 수익과 미래 성장동력 중 어느 것을 택하느냐를 고민한다. 효율적인 리더십을 강조할 것인지,아니면 조화로운 수평적 팀워크를 추구하느냐와 같은 모순된 목표를 놓고 고심하다 어느 한 가지를 포기하곤 했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 나온 저서 '투 래빗(doing both)'을 펴낸 인더 시두 시스코시스템스 해외사업부 전략기획 담당 수석부사장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두 마리 토끼를 얼마든지 잡을 수 있다"고 말한다. 나아가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두 부사장은 MIT에서 전자공학과 컴퓨터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와튼스쿨과 하버드경영대학원을 수료했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시스코 수익 절반을 책임지는 사내 조직 '기업비즈니스협의회'를 이끌기도 했다. 지금은 시스코 운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두 부사장과의 이메일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다.

▼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말의 뜻은 .

"동어반복일 수 있지만 '선택과 집중'만이 유일무이한 정답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두 가지 활동을 동시에 하거나,두 가지 모순된 목표를 추구하는 것이 각각의 개별 목표 달성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시스코라는 기업의 경험을 통해 '이제 한 가지만 잘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대부분 기업들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을 택했지만,혁신이나 신사업 모델에 집중하느라 기존 핵심 비즈니스를 소홀히 했습니다. "

▼두 마리 토끼를 노리는 것은 어떤 장점이 있나.

"시스코에서 지속적 혁신과 파괴적 혁신,현재 수익성과 미래 성장엔진,팀 위주 문화와 슈퍼스타 중심 경영 같은 대비되는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면서 오히려 수많은 기회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자는 것은 어려운 결단의 순간을 회피하자는 주장이 아닙니다. 두 가지 모순된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유발되는 긴장이 오히려 조직에 보완적인 대안을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조직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얘기죠."

▼'두 마리 토끼' 전략의 사례를 들자면.

"예를 들어 헬스케어 분야 기업 사장이라면 의료기기의 성능을 높이면서 비용을 절감하길 바랄 것입니다. 제조업체 경영자라면 생산성을 올리고 온실가스 배출은 줄인다면 금상첨화겠죠.공공부문에 종사한다면 대중의 정보접근권을 확대하면서 개인정보는 보호해야 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 직면한다면 양자택일해 한 곳에 집중하기보다는 두 가지 모두를 해결하는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

▼선택과 집중 전략이 잘못된 것인가.

"'투 래빗' 전략이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도그마는 아니지만,경영자들은 '집중'이라는 전략이 갖는 효용성을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선택과 집중' 원칙에 따라 내린 결정 대부분은 잘못된 것일 확률이 높습니다. 한 가지에 집중하더라도 포기한 옵션을 더욱 보강하는 효과를 갖추면 집중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럴 경우 사실상 '투 래빗' 전략을 따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두 마리 토끼' 전략을 잘 구사하는 업체는.

"애플은 아이팟을 선보이면서 뮤직스토어인 아이튠즈를 같이 내놨습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두 가지가 시너지 효과를 거두는 전형적인 '두 마리 토끼' 전략입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지역별 시장에 맞춘 전략으로 신흥시장과 선진국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고 있습니다. 월풀이 신흥국에서 실패했고 노키아가 선진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쓴맛을 본 것을 고려하면 GE는 선진국과 신흥국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IBM도 내적으로는 꾸준히 체질 개선을 해오며 수익성을 높였고,동시에 인수 · 합병(M&A)을 통해 컨설팅 및 소프트웨어 분야에도 진출해 미래 성장엔진을 확보했습니다. "

▼기존 제품 개선에 몰두하면 혁신과 멀어진다고도 언급했는데,이 같은 딜레마를 벗어날 방법은 .

"가장 이상적인 경우는 좋은 경영실적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파괴적 혁신을 병행하는 것이겠죠.시스코는 엔지니어링랩 조직에서 '파괴적 혁신'과 '지속적 혁신'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시행해본 적이 있습니다. '파괴적 혁신'은 미래를 위한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 것이고,'지속적 혁신'은 과거의 아이디어로 현재의 이익을 계속 유지하는 것을 말합니다. 대부분의 '파괴적 혁신'은 훗날 '지속적 혁신'에 의해 보강되고 강화됐습니다. 회사가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돌파구를 제공한 것이죠.선순환 구조가 확립된 것입니다. "

▼기업들이 현실적으로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어려워 보이는데.

"쉬울 리는 없습니다. 창업 기업들은 무모하리만큼 큰 아이디어만 좇는 경우가 많고,입지를 굳힌 대기업은 파괴적 혁신에 투자하길 주저합니다. 시스코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 시스코를 키웠던 성공 방정식이 어느 순간부터는 미래의 혁신을 가로막는 원인이 되곤 했습니다. 결국 의도적으로 변화를 추구하기 전에는 현재 처한 상황이 자연스럽게 변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그럴 경우 의도적으로 두 가지 목표를 정해 이를 달성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것이 시스코가 '파괴적 혁신'과 '지속적 혁신'을 계속 해낼 수 있던 배경입니다. 시스코 내에서 제품 개발과 개선작업을 지속하면서도 회사 밖으로부터 최상의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스핀인(spin-in) 형태의 사외벤처를 추진한 게 한 사례입니다. "

▼혁신이 매력적이지만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라고 지적했는데.

"'파괴적 혁신'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냅니다. 반면 '지속적 혁신'은 '파괴적 혁신'의 원래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그로 인한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기업이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추구한다면 어느 한 가지 혁신에서 성과를 거둘 경우 자연스럽게 다른 종류의 혁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두 가지 혁신이 서로 상승작용을 하는 것이죠.그것이 '두 마리 토끼' 전략의 진정한 힘입니다. "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