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세 "건전성 문제 땐 관용 베풀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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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감원장 취임 일성
시장 감시ㆍ서민 금융지원…감독기관으로 거듭나겠다
시장 감시ㆍ서민 금융지원…감독기관으로 거듭나겠다
잘 정돈된 머리에 가느다란 테의 안경이 조금은 날카로운 인상을 준다. 키도 작고,덩치도 작다. 경상도 사투리가 섞인 말은 달변이 아니다. 그러나 고등학교(경북고) 시절 작은 체구를 얕잡아 본 동급생과 맞붙어 다시는 건드리지 못하도록 혼쭐냈을 정도로 강단이 있다.
초임 사무관이 돼 세무서 총무과장으로 일할 때는 직원들의 근무복을 화사한 색조로 바꿨다가 국세청장에게 질책을 받기도 했다.
28일 취임한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사진) 얘기다. 이날 취임사와 최근 기자와의 만남에서 한 발언을 종합하면 국내 금융회사의 감독과 검사를 총괄하는 막강한 금융감독원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칠 전망이다. 권 원장은 취임사에서 '금감원을 금융안정과 금융신뢰의 종결자'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종결자'는 요즘 유행어로 '끝을 내는 사람'이란 의미다. 권 원장은 금감원 직원들에게 냉정한 반성을 먼저 촉구했다. 저축은행 사태를 거치면서 감독당국에 쏟아졌던 비판을 염두에 둔 듯했다.
그는 "최근 금융당국을 둘러싼 따가운 시선과 질책을 겸허하게 되돌아봐야 한다"며 "여전히 권위적으로 군림하지는 않았는지,상대적으로 약자인 서민과 소비자의 권익 보호에 소극적이지는 않았는지 반추해보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역 간 · 부서 간 이기주의는 없었는지 △부서 간 정보교류와 소통은 원활했는지 △조직과 국가의 이익보다 나 자신의 이해에 몰입되지는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 원장은 금융회사의 과도한 마케팅과 외형 경쟁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한 은행의 대출이 갑자기 늘어나거나 매출이 단기간에 급증했다면 그건 분명히 과도한 위험을 떠안았다는 것이다. 그걸 가만히 두고 보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말엔 이 같은 인식이 배어 있다. 금융감독은 1%의 사고 확률에 대비하는 일인 만큼 80~90%에 문제가 없더라도 1%의 사고 가능성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검사기능이 상대적으로 취약해져 금융 부실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저축은행 부실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감독과 검사가 유기적으로 연계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8년 통합됐던 감독과 검사업무가 다시 나뉘고,검사업무를 총괄하는 본부가 설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권 원장은 또 금융회사와 시장에 대한 상시감시를 강화해 가계부채 문제 등에서 '위기의 싹'이 자라지 않도록 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본연의 역할인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에서는 타협하지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권 원장은 "건전성 감독에는 냉정하게 대처해 조금이라도 무리하는 징후가 보이면 관용을 베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포청천처럼 공정한 심판관이 돼 소비자 보호와 서민금융 지원에 있어 서민의 애환과 눈물을 닦아주는 감독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장은 처신하기 어려운 자리다.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장이 있어 말을 많이 할 수도 없다. 김석동 금융위원장과는 행시(23회) 동기지만 연배는 김 위원장이 세 살 위다.
금감원 안팎에선 신임 원장이 외풍을 어떻게 막아낼지도 지켜보고 있다. 정권말로 갈수록 금감원에 대한 권력의 간섭은 심해지게 마련이어서 때론 방패막이 역할도 해야 한다. '강단 있다'는 평을 듣는 권 원장이 앞으로 금감원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금융계가 주목하고 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초임 사무관이 돼 세무서 총무과장으로 일할 때는 직원들의 근무복을 화사한 색조로 바꿨다가 국세청장에게 질책을 받기도 했다.
28일 취임한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사진) 얘기다. 이날 취임사와 최근 기자와의 만남에서 한 발언을 종합하면 국내 금융회사의 감독과 검사를 총괄하는 막강한 금융감독원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칠 전망이다. 권 원장은 취임사에서 '금감원을 금융안정과 금융신뢰의 종결자'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종결자'는 요즘 유행어로 '끝을 내는 사람'이란 의미다. 권 원장은 금감원 직원들에게 냉정한 반성을 먼저 촉구했다. 저축은행 사태를 거치면서 감독당국에 쏟아졌던 비판을 염두에 둔 듯했다.
그는 "최근 금융당국을 둘러싼 따가운 시선과 질책을 겸허하게 되돌아봐야 한다"며 "여전히 권위적으로 군림하지는 않았는지,상대적으로 약자인 서민과 소비자의 권익 보호에 소극적이지는 않았는지 반추해보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역 간 · 부서 간 이기주의는 없었는지 △부서 간 정보교류와 소통은 원활했는지 △조직과 국가의 이익보다 나 자신의 이해에 몰입되지는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 원장은 금융회사의 과도한 마케팅과 외형 경쟁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한 은행의 대출이 갑자기 늘어나거나 매출이 단기간에 급증했다면 그건 분명히 과도한 위험을 떠안았다는 것이다. 그걸 가만히 두고 보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말엔 이 같은 인식이 배어 있다. 금융감독은 1%의 사고 확률에 대비하는 일인 만큼 80~90%에 문제가 없더라도 1%의 사고 가능성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검사기능이 상대적으로 취약해져 금융 부실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저축은행 부실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감독과 검사가 유기적으로 연계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8년 통합됐던 감독과 검사업무가 다시 나뉘고,검사업무를 총괄하는 본부가 설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권 원장은 또 금융회사와 시장에 대한 상시감시를 강화해 가계부채 문제 등에서 '위기의 싹'이 자라지 않도록 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본연의 역할인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에서는 타협하지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권 원장은 "건전성 감독에는 냉정하게 대처해 조금이라도 무리하는 징후가 보이면 관용을 베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포청천처럼 공정한 심판관이 돼 소비자 보호와 서민금융 지원에 있어 서민의 애환과 눈물을 닦아주는 감독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장은 처신하기 어려운 자리다.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장이 있어 말을 많이 할 수도 없다. 김석동 금융위원장과는 행시(23회) 동기지만 연배는 김 위원장이 세 살 위다.
금감원 안팎에선 신임 원장이 외풍을 어떻게 막아낼지도 지켜보고 있다. 정권말로 갈수록 금감원에 대한 권력의 간섭은 심해지게 마련이어서 때론 방패막이 역할도 해야 한다. '강단 있다'는 평을 듣는 권 원장이 앞으로 금감원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금융계가 주목하고 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