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IBM PC에 있을 때는 LG와 합작을 성공시켰고 코오롱아이넷에선 매출을 8년 동안 다섯 배로 키웠습니다. 민간 기업에서 굵직한 일은 다 해 봤으니 인생의 '파이널'을 공기업에서 도전해 보겠습니다. "

변보경 서울산업통상진흥원(SBA) 대표(57 · 사진)는 27일 "대기업에서 일하는 동안 중소기업들이 오랜 파트너였던 만큼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이젠 이들이 돈 많이 벌게 돕는 멋진 공기업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피력했다. 지난달 16일 취임한 변 대표는 역대 SBA 대표 중 첫 민간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다. 1979년 한국 IBM PC에 평사원으로 입사,1996년엔 이 회사 후신인 LG IBM PC 사장까지 오른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이다. 2002년부터 9년 동안 코오롱아이넷 사장을 지냈다.

SBA는 중소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서울시가 1998년 설립한 산하 기관이다. SETEC과 함께 △서울패션센터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서울창업지원센터 △서울글로벌센터 △서울파트너스하우스 △중국 베이징 서울무역관 등을 운영한다.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를 조성,홍보하고 해외 투자를 유치하는 것도 SBA의 몫이다.

그는 "SBA는 서울시 예산을 매년 1000억원 이상 지원받는 거대한 공기업이지만 시민과 기업 고객에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문제"라며 "SBA의 정체성을 명확히 재정립하고 홍보도 강화해 '서울 중소기업에 관한 건 SBA가 다 한다'는 점부터 각인시킬 계획"이라 강조했다.

또 "서울시 예산에 안주하지 않고 자체 수익모델을 적극 발굴해 지원했던 기업에 재투자하는 공기업 새 모델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아내는 '아직도 40대인 줄 아느냐'며 야단이에요. 하지만 직원들하고 호프집에서 회의하고 푹 자고 일어나면 또 말짱해져요. 워커홀릭 습성이 안 떨어지나봐요. " 변 대표는 오는 7월 SBA를 '재출범'시키기 위한 조직 개편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빡빡한 일정과 잦은 야근을 소화하는 그에게서 민간 CEO 출신 첫 대표의 열정이 엿보였다.

임현우/하헌형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