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켜켜이 쌓인 백자ㆍ탈에서 '혼불' 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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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사진작가 구본창 씨 6년만에 개인전
"조선 백자와 탈,재봉틀,곱돌 등 소소한 사물이지만 그 속에는 각기 다른 영혼이 있는 것 같아요. 자세히 관찰하면 고요한 가운데 미세한 숨결을 느낄 수 있거든요. 그런 감성이 극대화된 순간을 렌즈에 담아내려 노력합니다. "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24일부터 개인전을 시작한 중견 사진작가 구본창 씨(58 · 사진).그는 "사람에도 영혼이 있듯이 크고 작은 물건들에도 감성적인 '혼불'이 번득인다"며 "그 가치를 찾아내고,그것들에 예술적 가치를 부여하는 게 예술가의 임무"라고 말했다.
1980년대 독일에서 공부한 그는 귀국 후 보도사진이나 살롱풍의 사진이 주류를 이루던 한국 사진 문화에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며 사진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작년에는 영화 '시'의 포스터로 배우 윤정희의 얼굴에서 조선 백자처럼 내밀한 표정을 끄집어냈다는 평을 받았다. 그는 "사진 작업을 통해 일상 소재에서 빛나는 가치를 찾아내고,이를 부드럽고 섬세하게 담아낸다"고 강조했다.
지난 30여년의 사진 작업을 보여주기 위해 회고전 형식으로 마련한 이번 전시에 그는 지금까지 모아온 청자,재봉틀,잡지 등 100여점의 다양한 오브제를 들고 나왔다. 독일 유학 시절 스냅사진을 비롯해 88서울올림픽 전후 한국의 모습을 기록한 이미지 사진,한국 탈을 찍은 '마스크','백자' 시리즈 등 48점을 걸었다.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사물과 작품을 함께 배치해 봤어요. 우리 주변의 물건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예술로 탄생했으며,그 속에 무엇을 담아내려 했는지를 관람객에게 직접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
구씨는 그동안 시간의 흔적,존재의 본질을 렌즈로 잡아내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고 말했다. "사물들이 긁히고 때묻은 흔적들에 관심을 가졌어요. 시간의 편린을 잡아내는 데 좋은 소재라는 생각이 들었죠.주변의 물건들은 사물과 사람 간의 교감을 불러일으켜 우리에게 오래된 시간의 흔적을 일깨워 주거든요. "
출품작들은 미니멀리즘적 기법으로 시간의 흐름,자연과 인간에 대한 명상적 사유를 담담하게 드러내고 있다. '백자' 시리즈는 둥실한 곡선미와 풍만한 맛,순백의 미학으로 조상의 숨결을 잡아낸 작품이다. 한국 탈을 찍은 '마스크'에서는 탈을 다양하게 활용했던 옛 사람들의 예술적인 기교가 느껴진다.
재일교포 건축가 이타미 준의 소장품인 백자 달항아리,일본 오사카 동양도자박물관의 백자 컬렉션,프랑스 기메박물관의 조선 탈 컬렉션,도쿄 민예관의 야나기 무네요시 곱돌 컬렉션,이원석 씨의 문방구 컬렉션을 찍은 사진들도 관람객의 감성을 건드린다.
구씨는 "국내는 물론 외국의 유명 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기품 있는 물건들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수년간 돌아다녔다"며 "마치 한 사람 한 사람 인물 사진을 촬영하듯 사물의 혼을 카메라로 담아내는 작업이 행복하다"고 했다. 전시는 내달 30일까지 이어진다. (02)735-8449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24일부터 개인전을 시작한 중견 사진작가 구본창 씨(58 · 사진).그는 "사람에도 영혼이 있듯이 크고 작은 물건들에도 감성적인 '혼불'이 번득인다"며 "그 가치를 찾아내고,그것들에 예술적 가치를 부여하는 게 예술가의 임무"라고 말했다.
1980년대 독일에서 공부한 그는 귀국 후 보도사진이나 살롱풍의 사진이 주류를 이루던 한국 사진 문화에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며 사진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작년에는 영화 '시'의 포스터로 배우 윤정희의 얼굴에서 조선 백자처럼 내밀한 표정을 끄집어냈다는 평을 받았다. 그는 "사진 작업을 통해 일상 소재에서 빛나는 가치를 찾아내고,이를 부드럽고 섬세하게 담아낸다"고 강조했다.
지난 30여년의 사진 작업을 보여주기 위해 회고전 형식으로 마련한 이번 전시에 그는 지금까지 모아온 청자,재봉틀,잡지 등 100여점의 다양한 오브제를 들고 나왔다. 독일 유학 시절 스냅사진을 비롯해 88서울올림픽 전후 한국의 모습을 기록한 이미지 사진,한국 탈을 찍은 '마스크','백자' 시리즈 등 48점을 걸었다.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사물과 작품을 함께 배치해 봤어요. 우리 주변의 물건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예술로 탄생했으며,그 속에 무엇을 담아내려 했는지를 관람객에게 직접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
구씨는 그동안 시간의 흔적,존재의 본질을 렌즈로 잡아내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고 말했다. "사물들이 긁히고 때묻은 흔적들에 관심을 가졌어요. 시간의 편린을 잡아내는 데 좋은 소재라는 생각이 들었죠.주변의 물건들은 사물과 사람 간의 교감을 불러일으켜 우리에게 오래된 시간의 흔적을 일깨워 주거든요. "
출품작들은 미니멀리즘적 기법으로 시간의 흐름,자연과 인간에 대한 명상적 사유를 담담하게 드러내고 있다. '백자' 시리즈는 둥실한 곡선미와 풍만한 맛,순백의 미학으로 조상의 숨결을 잡아낸 작품이다. 한국 탈을 찍은 '마스크'에서는 탈을 다양하게 활용했던 옛 사람들의 예술적인 기교가 느껴진다.
재일교포 건축가 이타미 준의 소장품인 백자 달항아리,일본 오사카 동양도자박물관의 백자 컬렉션,프랑스 기메박물관의 조선 탈 컬렉션,도쿄 민예관의 야나기 무네요시 곱돌 컬렉션,이원석 씨의 문방구 컬렉션을 찍은 사진들도 관람객의 감성을 건드린다.
구씨는 "국내는 물론 외국의 유명 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기품 있는 물건들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수년간 돌아다녔다"며 "마치 한 사람 한 사람 인물 사진을 촬영하듯 사물의 혼을 카메라로 담아내는 작업이 행복하다"고 했다. 전시는 내달 30일까지 이어진다. (02)735-8449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