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를 이용해 최대주주가 회삿돈을 횡령하고 있지 않나 의심스럽습니다. " "근거 없는 모함을 하고 의사진행을 방해하면 퇴장시킬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

22일 경기도 이천의 샘표공장에서 열린 샘표식품 주주총회에서 장승재 우리투자증권 PE그룹 차장과 박승복 샘표그룹 회장이 서로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89세인 박 회장이 주총 사회를 맡은 가운데 장 차장은 우리투자증권의 사모투자전문회사(PEF) 마르스1호를 대표해 나섰다.


마르스 측 관계자들은 2010년 영업실적 승인과 이사 선임,이사보수 한도 결정 등 대부분의 안건에 반대 의견을 내놨다. 마르스 측과 최대주주 측 주주들이 각각 의견을 개진할 때마다 다른 쪽 주주들은 "시끄럽다" "길게 말하지 말라"며 발언에 제동을 걸어 주총장에는 고성이 난무했다. 특별한 이슈가 없으면 대개 30분 내외에 끝나는 주주총회는 오전 10시30분에 시작해 정오를 넘어서야 폐회했다.

주총에서 양측은 검사인 선임 여부를 놓고 첨예하게 부딪혔다. 마르스 측은 자회사 및 해외법인을 통해 이해할 수 없는 손실이 발생하고 있어 검사인 선임을 통해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장 차장은 "박진선 샘표식품 대표의 처남이 경영하는 포장박스 회사와의 거래내역을 공시하고 있지 않은 데다,손실이 확대되는 상황에서도 박 회장이 지분을 갖고 있는 양포식품과 통조림 사업을 계속하고 있다"며 "미국법인의 투자 손실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박 회장은 "포장박스 회사는 공시 관련 규정에 따라 거래내역을 공시하지 않고 있으며 위법한 사실이 없다"며 "미국법인 역시 어려운 환경 하에서도 관련 시장 점유율을 65%까지 확대하는 등 순항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측은 표대결까지 벌였지만 참석 주주 지분의 36.3%만 동의해 검사인 선임은 무산됐다. 최대주주 측이 33.86%,마르스가 32.9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다른 소액주주들이 최대주주 측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표대결이 싱겁게 끝나면서 지난 이틀 연속 상한가를 쳤던 샘표식품 주가는 이날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5년을 끈 최대주주와 마르스 간 갈등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장 차장은 현재 진행 중인 박 대표 소유 토지의 회사 반환 소송,엑소후레쉬물류 전환사채의 주식전환 가처분 소송에 더해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 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 반면 박 대표는 "마르스가 주가 부양을 통한 단기차익을 목표로 근거 없는 의혹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며 "회사의 장기 경영에 지장을 주는 행위에 대해 앞으로도 타협 없이 대응할 것"이라고 맞섰다.

한편 주식 액면가를 5000원에서 500원으로 분할하자는 주주제안으로 관심을 모았던 푸드웰 주총에서는 액면분할안이 승인됐다. 이에 따라 푸드웰 주가는 12.31%(4800원) 오른 4만3800원에 마감했다.

■ 검사인

회사 업무와 재산 상태를 조사하는 임시 직무로 상법 367조에 근거를 두고 있다. 회계 · 재무 등과 관련된 회사 내부 통제장치,감사의 역할 등이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한다고 판단될 때 선임한다. 주주총회 의결이나 법원 판결에 따라 선임할 수 있다.

이천=노경목/김동욱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