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등 전력원이 다양해지고 전력 수요도 증가하면서 전력 시스템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가 생겨나고 있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력 생산은 속성상 자연 조건에 따라 발전량의 변동 폭이 크다. 이 때문에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서는 전력 저장 장치 등 별도의 제어 장치가 있어야 한다. 수요 측면에서도 기후 변화 등으로 전기 이용량이 증가하고 변동성도 높아지면서 전력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해졌다.

전력 시스템 변화와 함께 등장한 대표적인 신사업 분야는 △직류 송배전 시스템 △전력 저장 시스템 △전력 반도체 등이다. 직류 송배전 시스템은 반도체 기반 전력기기를 통해 직류를 교류로 바꾸지 않고 전기를 보내는 기술이다. 기존 송배전 시스템에서는 태양광 발전과 연료전지 등 직류 발전원으로 생산한 전기는 송전할 때 일단 교류로 바꿔야 한다. 그 뒤 소비자가 사용할 때는 다시 직류로 바꿔야 해 변환 과정에서 10%가량의 전력 손실이 발생했다. 직류 송배전 시스템을 이용하면 변환 과정을 거치지 않아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일본 통신업체인 NTT는 교류와 직류 간 변환이 세 차례 일어나는 기존 전력 시스템을 단 한 차례의 변환만 필요한 시스템으로 교체, 전력 사용량을 약 20% 줄였다. 직류 송배전을 하면 교류로 송전된 전기를 직류로 바꾸는 어댑터가 필요 없어져 노트북 등 전자제품의 부피와 무게도 줄일 수 있다.

남는 전력을 저장했다가 수요가 있을 때 공급하는 전력 저장 시스템도 확대될 전망이다. 전력 저장 시스템을 이용하면 수요 · 공급 불일치에서 생기는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자연 조건에 따라 전력 생산이 불규칙한 신재생 발전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도 전력 저장 시스템은 필요하다.

전기자동차의 배터리를 축전지로 활용한 전력 저장 시스템도 등장했다. 도요타는 건설 자회사인 도요타홈과 협력해 전기차의 리튬전지를 활용한 가정용 전력 저장 시스템을 개발,내년 중 실용화할 계획이다. 직류 송배전 시스템과 전력 저장 장치의 핵심부품인 전력 반도체 시장도 빠른 속도로 성장할 전망이다. 전력 시스템에 사용되는 고전력 반도체의 전 세계 시장 규모는 지난해 18억달러에서 2020년 140억달러로 연 평균 39.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멘스 제너럴일렉트릭(GE) ABB 등 은 전력 시스템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2030년까지 이 분야의 총 투자 규모는 6조60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한국은 전력산업 분야에서 후발주자지만 반도체 정보기술(IT) 배터리 분야의 기술력을 활용하면 선진국 기업을 빠르게 추격할 수 있다. 가전기기나 전기차와 연계한 비즈니스 모델도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한다. 일본 닛산과 스미토모는 '4R에너지'라는 합작사를 설립,전기차 리프의 배터리를 전력 저장용으로 재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 중이다. 정부는 전력 표준화를 선도해 다양한 산업이 전력산업과 융합할 수 있도록 돕고 산학연 협력 및 업체 간 제휴를 유도해 융 · 복합 기술 개발을 촉진해야 한다.

이원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wonhee07.lee@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