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지역가입자 가운데 저소득층에 연금 보험료의 절반을 국고로 지원하는 방안을 놓고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가 갈등을 빚고 있다. 복지부는 저소득층의 국민연금 가입률을 높이면 이들이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것을 방지해 장기적으로 정부 재정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재정부는 이에 대해 사회보험의 원칙을 훼손하고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과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복지부 · 국민연금 "사각지대 없어야"

복지부는 작년부터 '저소득 국민연금 지역가입자 매칭펀드'라는 이름으로 빈곤층 지역가입자들의 연금 보험료 절반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역가입자 중 소득이 적어 연금을 내기 어려운 20만명가량에 대해 연금보험료를 절반으로 깎아준다는 것이다. 3년간 보험료의 절반(월 2만3000원가량)을 보조해 연금 가입기간을 늘려주겠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최소 10년을 납입해야 수급 자격이 생기는데,매칭펀드 혜택을 줘 최소 납입기간을 충족시키도록 독려하겠다는 취지다.

이상영 복지부 연금정책관은 "한국은 고령화로 인한 장수 리스크가 다른 나라의 2배가 넘는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며 "저소득층의 연금 보험료를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게 아니라 최대한 3년 정도 보조해 연금 가입률을 높인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원액도 현재 추산으로는 연 수백억원 규모로 그다지 많이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공단도 작년 11월 말 '취약계층 연금수혜자를 확대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기관장 경영계획서를 제시하는 등 복지부 방침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빈곤 때문에 연금보험료를 못 내는 이들을 방치해 두면 노후생활에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이들에게 일정 부분 도움을 줘 나중에 연금 수혜자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정부,"도덕적 해이 우려"

예산을 배정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재정부는 복지부의 요청에 '절대 불가'라는 입장이다. 가입자가 일정액을 내 상호 부조하는 두레 개념의 사회보험 원칙을 훼손한다는 이유에서다.

재정부 관계자는 "저소득층에 대한 세금 지원은 공적부조로 이뤄져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원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세금을 투입해 국민연금 가입을 유도하는 것은 사회보험 성격에 맞지 않고,건강보험 산재보험 등에도 마찬가지 논란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저소득층 가입률을 인위적으로 늘릴 경우 국민연금 재정이 더 압박받게 된다는 점도 재정부는 우려하고 있다. 저소득층은 낸 돈보다 훨씬 많은 돈을 받아가도록 연금체계가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매칭펀드 지원을 받는 이들은 10년간 현재 가치로 552만원(개인부담 276만원)을 내고 연금 수급연령에 도달한 시점부터 죽을 때까지 매달 현재 가치로 13만5000원(물가상승률 반영 지급)을 받는다. 80세까지 살 경우 낸 돈의 10배가량을 돌려받는 셈이다.

정책 효과도 의문시된다는 것이 재정부의 시각이기도 하다. 정부는 작년부터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을 통해 4대보험(국민연금 · 건강보험 · 고용보험 · 산재보험)을 함께 관리하고 있다. 보험료 고지서도 같이 내보내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저소득 자영업자들의 경우 국민연금 보험료를 일부 보조받기 위해 이보다 훨씬 큰 금액인 건강보험료 등을 내야 하기 때문에 사각지대 해소에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재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을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이 연금정책관은 "올해 중 실행을 위해 재정부 설득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