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주총데이'인 18일 414개 상장사가 무더기로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대주주 가족간,대주주와 소액주주 간 표 대결을 예고했던 기업들이 잇달아 막판 타협에 성공해 대부분 순조롭게 주총을 마쳤다. 또 태광산업 대한화섬 주총에선 '장하성펀드'의 주주제안이 표 대결 끝에 부결됐다.

동원수산 · 아남전자 막판 타협

동원수산은 왕윤국 명예회장의 부인 박경임 씨가 전처 소생인 장남 왕기철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며 올초부터 경영권 분쟁이 이어졌으나,박씨 측이 제기한 사안 중 일부를 왕 대표가 수용해 일단 타협에 성공했다. 왕 대표가 지난해 개인 자격으로 매입한 동원수산 자회사 유왕을 자회사로 '원대복귀'시켰다. 이날 주총에서 왕 대표는 주주 98%의 지지를 받아 재선임에 성공했다. 박씨의 딸 왕기미 상무는 70%의 찬성으로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소액주주들이 감사 후보를 추천한 아남전자도 경영진과 소액주주 측의 타협으로 마무리됐다. 당초 아남전자 소액주주 모임은 작년 실적 부진을 이유로 회사 경영에 적극 참여하겠다며 최종현 회계사를 감사 후보로 밀었다. 그러나 최성렬 대표가 전날 소액주주 대표를 만나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가 부양 △분기별 1회 이상 간담회 △신규 사업 진출 등을 약속하자 소액주주 측이 주주제안을 철회했다.

◆장하성펀드는 또 패배

'장하성펀드'로 알려진 라자드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는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주총에서 작년에 이어 또다시 최대주주 측에 패배했다. 태광산업 주총에서 장하성펀드(지분율 3.32%)는 주당 4만2000원의 현금배당을 요구했지만 표 대결에서 밀려 회사 측 원안(주당 1750원)대로 통과됐다. 장하성펀드는 김석연 변호사의 사외이사 선임안도 관철시키지 못했다.

대한화섬 주총에서도 장하성펀드가 제안한 주당 3000원 현금배당과 김경율 사외이사 선임안 등이 모두 부결됐다.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

대성그룹 계열 대성창업투자는 합병 등 중대 사안에 대해 의결 정족수를 높이는 초다수결의제를 도입하고 이사 선임 시 의결권을 몰아주는 집중투표제는 적용하지 않기로 의결했다. 김영권 대성창투 관계자는 "최대주주인 대성홀딩스 지분율이 50.9%에 달해 경영권 방어에는 문제가 없다"며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경영권 방어 수단을 도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금낙하산'을 도입한 곳도 있다. 엘오티베큠은 적대적 인수 · 합병(M&A)으로 대표이사가 물러날 경우 70억원의 퇴직보상금을 지급토록 정관을 고쳤다. 엘오티베큠은 최대주주 측 지분율이 30.01%로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국내 진공펌프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갖고 있어 M&A 대상으로 꼽혀왔다.

한편 JW중외제약과 JW중외신약은 주총에서 변경된 사명을 확정했다. 이들 기업은 내달 21일 바뀐 사명으로 변경상장된다.

송종현/강현우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