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들이 신흥시장 중 중동지역에 대한 수출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반미 정서가 강한 중동국가들에 한국 기업의 신인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데다 의약품의 등록요건도 까다롭지 않아 새로운 수출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녹십자는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바레인 카타르 오만이 회원국인 GCC(Gulf Cooperation Council)로부터 공장 실사를 받고 GMP(우수 약품 제조 및 품질 관리 기준) 승인을 앞두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공장 실사를 진행하는 동시에 이들 국가에 수출할 제품의 등록작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녹십자는 이들 국가에 면역글로불린제제,혈우병 A치료제 등 7개 품목을 수출하고 있으며,지난해 이들 국가에 대한 수출 규모는 1000만달러 수준이다.

국내 제약사 중 수출 비중(41%)이 가장 높은 LG생명과학도 최근 들어 중동국가에 대한 마케팅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작년 말 중국 베이징,인도에 이어 요르단 암만에 세 번째 해외지사를 차렸다. 대표 수출품목은 B형간염백신 '유박스B'와 바이오의약품이며,지난해 중동지역 수출실적은 약 440억원 수준이다. 이는 LG생명과학 전체 수출액(1450억원)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규모다.

김태현 LG생명과학 해외영업기획팀 부장은 "최근 리비아 내전 등 중동리스크가 부각되고 있지만 이 지역 국가들의 전통적인 친한감정을 비롯해 상대적으로 낮은 의약품 등록요건,의료시장의 성장 추세 등 제반요건을 감안할 때 한국 기업들에는 매우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말했다.

IMS헬스 데이터에 따르면 중동 17개국의 의료시장 규모는 140억달러(2009년 기준) 수준이며,해마다 세계시장 성장률을 2배 이상 웃도는 연 평균 10% 이상씩 성장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최근 이란 헬스케어그룹인 오미드 다루(Omid Darou)사와 3년간 총170억원 규모의 액상 성장호르몬제 '케어트로핀(성분명 소마트로핀)'과 항암제 '루피어(성분명 루프롤라이드)'의 수출계약을 성사시켰다. 이 회사는 또 중동지역에 거점을 둔 여러 의약품 유통회사와 수출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대웅제약 해외영업팀 관계자는 "중동국가들은 유럽연합처럼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여 있어 한 국가에 제품 허가를 받으면 주변 국가에서도 대부분 통한다"며 "이번 수출계약 체결은 중동지역에 대한 '통행권'을 발급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밖에 동아제약 JW홀딩스 한국유나이티드제약 휴온스 등도 중동지역으로 판로를 넓히고 있다. 지난해 수출실적이 없는 동아제약은 일부다처제인 중동국가의 발기부전치료제에 대한 시장잠재력에 주목,자이네나를 전략상품으로 정하고 수출을 추진 중이다.

JW홀딩스는 지난해 이란 시리아 예멘 이라크 요르단 등에 항생제 제품 위주로 30억원의 수출실적을 올렸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