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종업원은 "손님이 절반 이상 준 데다 종업원들도 방사선 노출 위험을 피해 한국으로 많이 빠져나갔다"며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한류 배우들의 사진과 CD를 파는 가게들도 상당수 문을 닫았고,한국요리 사진을 요란하게 붙여놓은 음식점들도 불이 꺼져 있었다.
한국가게뿐 아니다. 점심식사를 위해 들른 우동집 마쓰야도 가게를 닫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기자를 포함해 손님이 3명밖에 없었는데 더 이상 영업이 불가능하다는 것.식재료가 제때 공급되지 않는 데다 가게를 열자면 주방과 홀에 최소한 2명이 필요한데 교대로 일할 사람이 없어서다. 이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미야타 씨는 "종업원 10명 중 한국인과 중국인 유학생 7명이 귀국해 버렸다"며 당혹해 했다.
방사선 노출 위험이 확산되면서 주야로 흥청대던 신오쿠보도 일본 탈출 러시에 가세하고 있다. 그러나 생업 때문에 피난 대열에 합류할 수 없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상형 씨는 '광장' 앞 도로에 봉고차를 세워놓은 채 이날 낮 잠깐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한국가게에 형광등을 납품하는 일을 한 지 이제 3년째다. 그는 "하와이나 멀리 외국까지 떠난 사람들도 있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은 생명보다 장사가 더 중요하니까 방법이 없다"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일부 잔류한 주재원들을 중심으로 한국 정부와 대사관의 미온적인 태도를 못마땅해 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홍천 게이오대 교수는 한국인과 한국 언론에 보다 차분한 대응을 주문했다. 한국의 친지들로부터 안부 전화가 쇄도하면서 한인사회 분위기가 실제 이상으로 과장되고 흉흉해진다는 얘기다. 일본인들도 불안해 하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전문가들과 정부의 발표를 믿고 인내하고 있다는 것.게이오대만 해도 오는 23일까지 휴교령을 내렸고,졸업식도 취소했지만 상식선상에서 학사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신오쿠보(도쿄)=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