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과 연속된 재앙으로 참담한 피해를 입은 일본상황을 보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대지진 때문에 바로 일본 투자를 회수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일본 부동산 가격엔 이미 지진리스크가 반영돼 있기 때문에 이번 일로 바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

'빌딩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조홍석 노무라이화자산운용 대표(44)는 TV로 전해지는 일본의 참상에 연신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냉정을 잃지 않으려 애썼다. 그는 사무실에서 NHK 등 일본 방송을 보며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2년 전부터 일본 부동산에 투자하기 시작한 그는 도쿄 중심가 빌딩도 보유하고 있다. 다행히 그의 빌딩엔 피해가 없었다. 강도 5의 지진에도 어항 물이 절반 정도 없어지는 흔들림뿐이었다. 그는 "이제서야 일본 건축물의 평당 공사비가 한국의 3배인 이유를 알았다"며 "이번 지진을 겪고서야 높은 공사비의 진가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부동산 귀재,금융과 손잡다

조 대표의 집안은 서울에만 빌딩 100여채,전국에 200여개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중학생 때부터 조부모님을 따라다니며 부동산 투자를 시작해 40대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투자 경력이 30년을 넘는다. 업계에서는 그를 두고 "태어날 때부터 부동산 피가 흘렀을 것"이라고 평할 정도다. 조 대표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빌딩업계 숨은 고수들을 인터뷰해 최근 출간한 '빌딩부자들' 책을 기획하면서였다.

조 대표는 지난해 초 일본 노무라증권과 함께 자산운용업계 출사표를 던져 주변을 한번 더 놀라게 했다. 지난해 4월 금융위원회는 노무라이화자산운용에 금융투자업(집합투자업) 인가를 내줬다. 신중하기로 유명한 일본계 증권사가 국내 '개인'과 손잡고 합작 운용사를 설립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미국 유학파 출신인 그는 "미국에서 공부하던 시절 노무라증권과 맺은 인연이 계기가 됐다"며 "10년 만에 성사시킨 숙원인 만큼 이름을 걸고 꼭 성공해 보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국내 최초 호텔펀드 선보여



조 대표는 "부동산 시장도 갈수록 직접투자보다는 간접투자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간접투자 시대가 본격 개막하기 전에 각종 금융기법을 부동산 상품과 결합시키는 노력이 시장 주도권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그의 주장은 투자에서 이미 실행 중이다. 그는 800억원 미만 중소형 빌딩 시장에 특화한 '세컨드 티어'오피스 투자상품'을 새롭게 내놓았다. 조 대표는 "300억원에서 800억원 미만의 세컨드 티어 빌딩은 그 용도가 오피스 리테일 호텔 등 매우 다양하다"며 "거래도 비공식적으로 진행되는 편이라 다른 자산운용사들이 넘볼 수 없는 틈새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레드오션이 돼버린 대형 오피스에 투자수익률은 갈수록 낮아지는 반면 세컨드 티어 빌딩의 투자진입 장벽은 상당히 높은 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또 국내 최초로 비즈니스호텔을 매입해 운영하는 펀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 펀드의 투자 전략은 비즈니스호텔 선호지역인 동대문 인근 오피스텔 빌딩을 비즈니스호텔로 용도변경해 수익을 끌어 올리는 것이다. 최근 공실이 늘면서 오피스 빌딩 수익률을 웃도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가 빌딩을 통째로 매입해 비즈니스호텔펀드를 만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비즈니스 호텔은 한 개보단 여러 개를 보유할 때 시너지 효과가 크다. 그는 앞으로 공격적으로 비즈니스호텔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빌딩을 찾아 화장해라

그는 일반인들이 기피하는 하자 있는 빌딩을 찾아 '꽃단장'을 한 뒤,임대료 수익률을 올리는 빌딩 화장법을 구사한다.

대표적 사례가 펀드 출시를 앞둔 동대문 인근 비즈니스호텔이다. 3년 전 처음 물건을 봤을 때는 오피스텔 134채 중 38채가 이미 분양된 상태였다. 게다가 시행사와 시공사 간 분쟁까지 붙어 전형적인 '망한' 프로젝트였다.

그는 "이미 분양된 38채 중 한 채라도 매입에 실패한다면 건물이 구분 소유로 쪼개져 용도변경이 불가능해지는 리스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도전해 보기로 했다. 시행사와 시공사를 화해시켜 낮은 가격에 조건부 계약을 맺었고 분양된 오피스텔 소유자들을 일일이 접촉해 하나씩 계약을 성사시켰다.

3주 만에 38채를 기존 분양가 수준으로 매입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1만㎡가 넘는 신축 건물 한 채를 3.3㎡당 700만원대의 낮은 가격으로 손에 넣었다. 이를 비즈니스호텔로 개조했다. 힘든 작업이 끝나자 하자 빌딩의 몸값이 뛰기 시작했다. 최근 일본 · 중국 관광객이 크게 늘고 있는 데 반해 숙박시설은 크게 부족한 시장흐름에 맞게 용도를 변경한 것이 주요 했다는 분석이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