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동화가 할리우드 판타지 영화로 재탄생했다. 현대판 '미녀와 야수'라 할 수 있는 '비스틀리'와 그림 형제의 동화 '빨간 모자'를 재해석한 '레드 라이딩 후드'가 지난 17일 나란히 개봉했다.

'비스틀리'는 뉴욕에서 부유한 생활을 하던 카일(알렉스 페티퍼)이 한순간의 실수로 돌이킬 수 없는 저주를 받는 이야기다. 흉터와 문신이 온 몸을 뒤덮는다. 끔찍한 야수로 변해버린 그는 세상으로부터 버림받고 그림자 속으로 숨어든다. 단 하나의 희망 린디가 다가오지만 커다란 위협이 그들 앞을 가로막는다.

이 영화의 원작은 야수가 진정한 사랑으로 저주를 푸는 고전동화 '미녀와 야수'의 설정을 빌린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이다. 잘 나가는 현대인이 오만함으로 인해 나락으로 빠지고 구원을 기다리는 이야기다.

미녀 시점으로 전개된 동화와는 달리,남자 주인공 카일의 내 · 외적인 변화에 초점을 뒀다. 카일로 분한 알렉스 페티퍼는 성에 사는 포악하고 거친 야수가 아니라 평범한 소녀를 사랑하는 순정어린 야수를 연기했다.

영화 배경을 21세기 현대로 바꾼 것도 흥미롭다. 야수의 성을 뉴욕 한복판의 고급 맨션으로,카일의 희망인 린디는 마약 중독자 아버지와 함께 빈민가에 살고 있는 평범한 여자로 재해석했다. 이로써 신분을 초월한 사랑을 이룩하는 스토리다.

'레드 라이딩 후드'는 중세를 배경으로 늑대에게 잡아먹힌 빨간 모자를 사냥꾼이 구한다는 원작의 모티브를 그대로 차용했지만 내용은 크게 바꿨다.

발레리(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외톨이 피터와 사랑에 빠졌지만 부잣집 아들 헨리와 결혼하라는 부모님을 피해 마을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보름달이 뜬 밤,언니가 늑대에게 죽임을 당한다. 달이 뜰 때마다 마을 사람들이 하나씩 죽어간다.

어느날 발레리는 늑대와 교감하는 경험을 갖는다. 이제 그녀는 비밀을 풀기 위해 스스로 제물이 되기로 결심한다.

동화 속 주인공은 그저 착하고 순진한 소녀였다. 그러나 발레리는 비밀을 풀기 위해 스스로 제물이 되기로 결심할 만큼 대담하며 늑대인간과 사랑에 빠진다. 욕망에 솔직한 현대 여성의 이미지를 투영한 셈이다. 사랑의 색깔도 순수함보다는 원색의 욕망에 가깝다.

늑대의 무시무시한 살육극을 그대로 보여주는 만큼 이 영화는 '어른들을 위한 잔혹동화'라 할 수 있다. 또한 늑대인간과 위험한 사랑을 펼치기 때문에 성인들을 위한 로맨스로 불러도 무방하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