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지진 여파로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국제사회가 공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엔화 가치가 전후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으면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공조해 시장개입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 중앙은행 총재들은 18일 오전 긴급 화상회의를 통해 일본 사태에 대한 우려로 불안정한 금융시장을 진정시킬 조치들을 논의키로 했다. G7 국가는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이탈리아다.

앞서 16일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은 파리에서 주간 각료회의를 가진 후 "일본국채 매입 등 금융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G7 재무장관 · 중앙은행 총재 회의 개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한 관료는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같은 특정 이슈를 논의하기 전에 일본 재무상으로부터 지진과 쓰나미에 따른 타격이 어느 정도인지 설명을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일본의 피해액은 정확한 추산이 어렵지만 2000억달러에 달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오는 31일 중국 난징에서 열리는 국제통화시스템 개혁 세미나에서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 중앙은행 총재들이 일본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등에 따른 엔고 급등이 지속될 경우 일본은행(BOJ)과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의 공동 시장개입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브라이언 돌란 포렉스닷컴 수석전략가는 "(BOJ의) 시장개입 말고는 엔화 강세를 저지할 수단이 별로 없다"고 진단했다.

사이몬 데릭 뉴욕멜론뱅크 외환전략책임자는 "엔화 강세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각국 중앙은행들의 공조"라고 말했다. 더글러스 보스위크 파로스트레이딩 대표도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BOJ의 시장개입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같은 움직임이 실현된다면 2000년 각국 중앙은행이 유로화 가치를 떠받치기 위해 공조했던 이후 첫 공동 개입 사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