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해야 합니다. 위기는 아직 끝난게 아닙니다" / "지나치게 투자심리가 위축됐습니다. 저가 매수 시점입니다"

코스피지수가 15일 장중 한때 1900선 아래로까지 떨어지는 등 연일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자 증시 전문가들도 일관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는 "투매할 시점이 아니다. 저가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저점을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만만찮았다.일본의 대지진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충격을 줄 것이란 우려도 있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장종 코스피지수가 1900 이하로 떨어진 것은 주가수익비율(PER)로 볼 때 9~9.1배 수준까지 하락한 것인데, 이는 금융위기가 터졌거나 더블딥(이중침체)이 왔을 때 구경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증시가 극단적 공포에 따른 과매도 상태라고 진단했다. 주식 비중을 늘리는 저가매수 기회로 이번 조정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김정훈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3월 지수밴드 하단을 1880으로 봤는데 일본 지진 사태로 장중 한때 1880선까지 내려왔다"며 "1880선은 바닥이라는 콜(전화)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김 팀장은 "변동성은 커질 수 있다"고 전제한 뒤 "내려갈 때 급하게 하락했기 때문에 오를 때도 급하게 오를 수 있다"고 기대했다.

반면 장인환 KTB자산운용 대표는 "일본의 원전 폭발 사고로 일본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며 "2008년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위기가 올 수 있다"고 우려감을 감추지 않았다.

장 대표는 "일본은 원자력 발전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여서 원자력 발전의 가동이 힘들어지면 경제 전반이 위태롭게 된다"며 "만약 일본 경제가 흔들리면 글로벌 GDP 자체가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펀더멘털(기초체력)만 갖고 한국 증시가 "싸다" 혹은, "비싸다"를 논할 단계는 이미 아니라고 그는 강조했다. 또 저점을 섣불리 예상하는 것도 별 의미가 없다고 했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천재지변과 같은 악재는 증시에 일시적으로 충격을 준 뒤 점차 그 영향력을 상실하는게 대부분이나, 일본 대지진은 원전 폭발로까지 확대돼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며 "시장 흐름 또한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원전 폭발과 방사능 노출이라는 최악의 사태까지 우려되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당분간 보수적인 관점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며, 이에 따라 증시가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영훈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단 시장이 안정된 모습을 보이려면 일본 경제가 예측 가능해야 한다"면서 "원전의 추가 폭발 우려가 해소되는 등의 불확실성이 줄면 현실적 진단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현 시점에서 시장 예상은 큰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이종승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심리적 공포 상황이 마무리되고 시장의 펀더멘털이 회복세를 나타내 리스크 프리미엄이 사라질 때까지 매수를 자제하고 기다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