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일본은행이 대지진 피해로 인해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것을 막기 위해 ‘대량의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다우존스가 14일 보도했다.

시라카와 마사키(白川方明) 일본은행 총재는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금융시장의 안정을 보장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일본은행은 14~15일 이틀간 개최할 예정이던 정책이사회 일정을 단축해 14일에 유동성 확보를 위한 긴급자금 방출을 결정하고 자금규모도 최종 협의할 방침이라고 지지(時事) 통신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일본은행은 14일 오전 평일의 2~3배에 상당하는 2조~3조엔의 유동성을 풀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일본 정부는 13일 이번 대지진과 쓰나미가 자국 경제에 “상당한”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면서 14일 증시를 비롯한 금융시장을 정상적으로 열 것이라고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그러나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한 즉각적인 세금 인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이와관련,앞서 야당인 자민당의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총재는 자민당과 여당 민주당이 복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세금인상 방안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일본 대지진 발생 후 엔화가 강세를 보였지만 이런 현상은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11일 엔화는 대지진 발생에도 달러당 81.90엔 수준으로 전날보다 1엔 이상 상승했다.일본 기업이나 투자자들이 복구비용 마련을 위해 해외 투자자금을 본국으로 송금하는 경우가 늘면서 엔화 수요가 늘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실제 1995년 발생한 고베 대지진 때에도 엔화가치가 약 18%가량 올랐다.하지만 WSJ는 이런 현상이 단기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우선 일본 지진 피해가 원전 사고에 대한 우려로 확산되면서 투자자들이 일본 자산 매입 의지가 약화됐고 위기시 안전자산으로서 엔화의 전통적인 매력도 급격히 떨어졌다는 게 WSJ의 분석이다.또 일본 기업들이 1995년 고베지진 때처럼 많은 자금을 송금할 필요가 없는데다 수출업계 타격을 줄이기 위해 일본 중앙은행이 엔화 상승을 억제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사이몬 더릭 뱅크 오브 뉴욕멜런 런던지점 외환담당 애널리스트는 “일본 정부가 복구 비용 마련을 위해 대규모 국채를 발행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해 일본 국채 가격과 엔화 가치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은 이미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의 약 200%에 달해 선진국 중 최악의 수준으로 평가돼왔다.이는 일본 국가채무에 대한 우려를 확산시킬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금융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런던 소재 한 헤지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주말이 지나고 나면 엔화는 약세로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자들은 일본 자산을 사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