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로 인한 유가 상승 불안감에 더해 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부상하면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국제 유가와 곡물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도 여전해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는 투자자들이 미국의 1월 무역적자 확대와 주간 실업청구 건수 증가로 경기 하강 압력이 커진 것으로 보고 주식을 내다팔았다. 이날 다우지수는 1.87% 하락한 11,984.61을 기록했다.

미국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1월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463억달러로 전달에 비해 14.8% 증가했다. 유가 등 국제 상품 가격 상승이 주요인이었다. 2월 실업률이 8%대로 떨어지면서 나아질 것이라는 고용시장 기대감도 실업청구 건수가 증가하면서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4일 마감한 주간 실업청구 건수는 39만7000건으로 전주에 비해 2만6000건 증가했다. 중국이 7년여 만에 가장 큰 폭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는 소식도 경기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경제지표 악화를 반영해 하락세로 출발한 국제 유가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시위대를 과격 진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시 꿈틀거렸다. 여기에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스페인의 국가신용등급을 종전 Aa1에서 Aa2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경기 불안감이 커지자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에 자금이 몰리면서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0.11%포인트 급락한 연 3.36%를 기록했다. 미국 재무부가 이날 실시한 30년물 국채 입찰에 금융사들이 적극 참여하면서 전체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인플레이션 우려에도 불구하고 경기에 대한 불안감에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는 옵션시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주가가 작년 8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지자 풋옵션 거래가 급증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