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쿼드러플 위칭데이(선물 옵션 동시만기일)인 10일 증시는 외국인의 현 · 선물 동시 매도로 흔들렸다.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인상이 투자심리를 냉각시킨 데다 일부 대형주가 실적 우려로 흔들리며 낙폭을 키웠다. 전문가들은 증시가 당분간 갈짓자 흐름을 계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인,마감 직전 7000억원 던져

이날 코스피지수는 19.89포인트(0.99%) 하락한 1981.58로 마감했다. 약보합세로 출발한 지수는 금통위의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소식에 낙폭을 키웠다.

이날 외국인은 1조1776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고 동시호가 때만 7000억여원의 물량을 내놓았다. 외국인이 현물에서 1조원 이상 순매도한 것은 지난달 10일(1조997억원) 이후 처음이다. 다만 연기금을 중심으로 한 기관이 장 막판 매수를 강화하며 1980선을 방어했다. 기관은 2438억원,개인은 7194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외국인은 이날 삼성전자를 2648억원 팔아치우는 등 시가총액 상위주를 집중적으로 매도했다. 최근 실적 악화 우려가 제기된 정보기술(IT)주가 2.42% 내리며 전날에 이어 최대 낙폭을 보였다. 은행 보험 등 기준금리 인상의 수혜 업종도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긍정적인 수급이 예상됐던 선물시장에서도 외국인은 매도 포지션을 늘렸다. 애초 전문가들은 만기일 부담이 되는 매수차익 거래(주식 매수 · 선물 매도) 잔액이 급감해 증시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수급 상황에 따라 장 막판 추가 매수까지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한주성 신영증권 연구원은 "선물시장이 백워데이션(현물가격이 선물가격을 웃도는 현상)으로 전환하면서 예상과 달리 흘러갔다"며 "외국인 물량을 이번에 다 털었다는 점에서 향후 부담은 덜게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호상 한화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선물 매도가 예상 외로 많이 몰려 베이시스(현 · 선물 가격차)가 불리하게 흘러갔다"며 "외국인이 3월물 선물 매도 포지션을 6월물로 연장시킨 것은 부정적이지만 외국인의 차익거래 청산 흐름이 일단락된 것은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유가 등 악재 여전…당분간 갈짓자 행보

이날 외국인의 대규모 매물 출회는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전문가들은 옵션선물 만기일의 포지션 정리 차원도 있겠지만 금통위 등의 이벤트를 거치며 앞으로 특별한 호재를 찾기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진단했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전날 국제 유가가 재상승한 것도 이날 장의 경계심리를 키웠다"며 "특별한 호재가 없다 보니 금리와 유가 등 거시지표에 더 민감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발 리스크와 유가 급등이 진정될 때까지는 장이 계속 출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유가 급등분이 반영되는 2월 경기선행지수가 어떻게 나오느냐가 추가 상승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봤다.

앞으로 국내 증시는 갈짓자 움직임을 보일 것이란 분석이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긍정적 수급이 예상됐던 이번 만기일에도 외국인은 현 · 선물 순매도를 강화했다"며 "이머징 시장 자금 이탈이 계속되고 있어 국내 증시도 이들의 복귀를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 등 일부 주도주의 실적 우려가 불거진 것도 원인으로 지목했다. 다만 밸류에이션 지표인 국내 증시 주가수익비율(PER)이 9.5배 수준으로 하락한 상황이라 저점 매수 전략은 유효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선행지수가 2월에 유가 상승으로 꺾였다가 3월부터 상승할 전망"이라며 "1분기 실적이 확인되는 내달 중순께 외국인이 복귀하면서 상승 동력을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IT주 실적이 하향 조정되는 것도 1분기 바닥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