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계층간 '지진' 부르는 소득불평등…'폴트라인'을 점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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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트 라인 | 라구람 G.라잔 지음 | 김민주·송희령 옮김 | 에코리브르 | 496쪽 | 2만3000원
지진은 지각판들의 접촉이나 충돌로 판의 끝 쪽이 부서지거나 꺾이면서 발생한다. 그 판의 접촉면을 폴트 라인이라고 한다. 금융위기가 만들어낸 세계 경제의 혼란은 대지진에 비교된다. '이코노미스트'가 위기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로 선정한 라구람 라잔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폴트 라인》에서 소득불평등에 대한 정치적 무능에 주목한다.
미국 사회는 소득분배가 악화되기 시작한 1970년대 후반부터 금융위기 이전(1976~2007년) 사이에 실질소득 증가의 58%가 최상위 1%에 돌아갈 정도로 소득격차가 심화됐다. 소득 불평등은 교육 불평등과 기회 불평등으로 이어졌다. 오바마의 의료보험 개혁 이전까지는 국민의료보험제가 부재했고 최대 실업급여 기간이 6개월에 불과할 정도로 사회안전망도 취약했다.
이런 구조에서 1990년대 이후의 '고용 없는 경기회복',즉 장기간의 고용침체는 국민의 불안감을 고조시켰고,정치권은 이를 외면할 수 없었다. 소득격차를 줄이려면 하위계층에 대한 교육과 직업훈련 관련 지출을 늘려야 하는데 정치권은 내부 저항이 없고 단기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기회주의적 부양정책(포퓰리즘)을 썼다. 주택대출 규제 완화나 대출 지원 등 주택시장 부양정책(정치적 모럴 해저드)과 취약한 금융시스템(금융계 모럴 해저드)이 결합되면서 금융위기가 터진 것이다.
시장이 예상한 대로 정부는 납세자의 비용으로 위기 해결을 떠맡았다. 문제는 위기 이후에도 폴트 라인이 자연스럽게 사라질 가능성이 없어 보일 뿐 아니라 오히려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저소득층에 대한 교육기회 확대와 의료보험 제공 등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한편,소수에게 특혜를 주는 게임의 규칙을 바꾸라고 주장한다.
그는 인도 출신의 경제학자답게 미국의 사회안전망 강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소득불평등은 더 심화될 것이기 때문에 결단을 촉구한다.
그러나 의문은 남는다. 상대적으로 강력한 안전망을 가진 사회나 교육 기회가 더 보장된 사회도 '고용 없는 회복'과 청년실업 문제를 겪고 있기에 안타까움은 더 크다. 미국의 소득불평등이 1970년대 중반 이후 악화됐다는 사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조업의 경쟁력이 위협받고,산업구조의 업그레이드나 산업체계의 다양화가 충분히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득불평등이 악화됐고 경제금융화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새로운 인재 육성과 비즈니스 모델이 더 긴요하다는 지적이 빠져 아쉽다.
최배근 <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
미국 사회는 소득분배가 악화되기 시작한 1970년대 후반부터 금융위기 이전(1976~2007년) 사이에 실질소득 증가의 58%가 최상위 1%에 돌아갈 정도로 소득격차가 심화됐다. 소득 불평등은 교육 불평등과 기회 불평등으로 이어졌다. 오바마의 의료보험 개혁 이전까지는 국민의료보험제가 부재했고 최대 실업급여 기간이 6개월에 불과할 정도로 사회안전망도 취약했다.
이런 구조에서 1990년대 이후의 '고용 없는 경기회복',즉 장기간의 고용침체는 국민의 불안감을 고조시켰고,정치권은 이를 외면할 수 없었다. 소득격차를 줄이려면 하위계층에 대한 교육과 직업훈련 관련 지출을 늘려야 하는데 정치권은 내부 저항이 없고 단기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기회주의적 부양정책(포퓰리즘)을 썼다. 주택대출 규제 완화나 대출 지원 등 주택시장 부양정책(정치적 모럴 해저드)과 취약한 금융시스템(금융계 모럴 해저드)이 결합되면서 금융위기가 터진 것이다.
시장이 예상한 대로 정부는 납세자의 비용으로 위기 해결을 떠맡았다. 문제는 위기 이후에도 폴트 라인이 자연스럽게 사라질 가능성이 없어 보일 뿐 아니라 오히려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저소득층에 대한 교육기회 확대와 의료보험 제공 등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한편,소수에게 특혜를 주는 게임의 규칙을 바꾸라고 주장한다.
그는 인도 출신의 경제학자답게 미국의 사회안전망 강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소득불평등은 더 심화될 것이기 때문에 결단을 촉구한다.
그러나 의문은 남는다. 상대적으로 강력한 안전망을 가진 사회나 교육 기회가 더 보장된 사회도 '고용 없는 회복'과 청년실업 문제를 겪고 있기에 안타까움은 더 크다. 미국의 소득불평등이 1970년대 중반 이후 악화됐다는 사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조업의 경쟁력이 위협받고,산업구조의 업그레이드나 산업체계의 다양화가 충분히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득불평등이 악화됐고 경제금융화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새로운 인재 육성과 비즈니스 모델이 더 긴요하다는 지적이 빠져 아쉽다.
최배근 <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