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킨들3' 직접 써보니… 종이책 처럼 가볍고 페이지 빨리넘어가
전자책의 시대가 본격 열릴까.

세계 최대 인터넷 서점 아마존은 최근 전자책 단말기 '킨들(Kindle)'용 전자책 판매가 종이책 판본인 페이퍼백(paperback)을 앞섰다고 발표했다. 정확한 수치는 밝히지 않았지만 전자책 판매가 페이퍼백 판매보다 15%가량 많다고 했다. 미국 최대 서점업체 반즈앤노블도 전자책 '누크'로 인기몰이 중이다. 국내 출판 시장에도 수년 내에 비슷한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말 출시된 '킨들3'를 구입해 써봤다.

◆킨들3,값싸고 성능 뛰어나

킨들은 9.7인치 화면의 '킨들DX'와 6인치의 '킨들3' 등 두 종류다. 킨들3는 3세대(G) 이동통신망을 이용해 콘텐츠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3G 모델과 무선랜(와이파이) 접속만 가능한 와이파이 모델로 구분된다. 가격은 와이파이 모델 139달러(15만5000원),3G 모델 189달러(21만원),킨들DX 379달러(42만3000원)다. 가장 최근 출시된 킨들3 3G 모델을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항공특송으로 1주일 뒤 도착했다. 관세 8%가 추가로 붙었다.

킨들3는 페이퍼백의 느낌을 내도록 디자인됐다. 디스플레이는 e잉크(전자잉크) 방식으로 최신 태블릿PC 제품에 비해 소박한 느낌이다. 회색 바탕 디스플레이에는 검은색 글씨와 그림만이 표시될 뿐이다. 그림이나 도표 등은 회색이다. 태블릿PC처럼 화려하지 않다. 대신 눈의 피로는 훨씬 덜하다. 실제 책을 읽는 것과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무게도 247g으로 가볍다. 배터리는 한 번 충전하면 3~5일은 거뜬하다.

당초 염려했던 화면의 깜빡거림은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e잉크는 한쪽 면만 검은색을 띄는 마이크로캡슐들에 전기 신호를 보내 글씨와 그림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페이지가 바뀔 때 화면 전체가 깜빡거리게 된다. 킨들3는 페이지를 넘길 때 속도가 빨랐다. PDF 문서로 만든 그림이나 만화책을 볼 때도 부드럽게 구동됐다.

◆한글 보려면 복잡한 과정 거쳐야

킨들용 전자책은 구입 즉시 3G망을 통해서 단말기로 다운로드된다. 와이파이 모델은 무선랜 접속 지역에 가면 자동으로 콘텐츠를 읽어들인다. 현재 아마존에서는 종이책과 엇비슷한 81만여종의 전자책을 판매하고 있다. 잡지와 신문은 반값에 구입할 수 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자동으로 다운로드된다. 다만 신문은 표 사진 등이 없고 책 형태로 편집돼 가독성이 떨어지는 게 흠이다.

저작권이 만료된 서적은 '구텐베르그 프로젝트'에서 무료로 받아볼 수 있다. 이곳에는 약 3만권의 도서가 올라있다.

하지만 한국어 콘텐츠가 거의 없는 게 흠이다. 아마존이 한국어 서적을 판매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텍스트 문서 형태로 퍼져있는 소설 등을 PDF 문서로 바꿔볼 수 있는 정도다. PDF 문서를 읽기에는 화면 크기가 작아 불편하다. 하지만 자신의 아마존 계정으로 PDF나 워드 파일 등을 메일로 보내면 킨들 규격에 맞게 자동 변환해준다.

캘리버(Calibre) 같은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인터넷 문서를 책 형태로 편집해 볼 수 있다. 특정 웹사이트 내용을 수집,전자책으로 바꿔주는 소프트웨어를 구동할 수 있어서다. 언론사나 포털 등에 올라온 기사를 전자책으로 볼 수 있다.

애프터서비스(AS)도 큰 걸림돌이다. 기기에 문제가 생기면 무료로 교환해주지만 고장난 제품을 미국으로 보내줘야 한다. 일반인들에게 킨들이 '그림의 떡'인 이유다.

◆국내 전자책 업계도 기지개

북큐브네트웍스는 지난해 6월 '북큐브 B-815' 단말기를 내놨다. 이 제품은 기존 B-612 제품에서 무선랜과 쿼티(QWERTY) 자판을 없애는 대신 가격을 14만9000원으로 낮췄다. A4용지의 절반에 못 미치는 작은 크기에 무게가 200g에 불과해 휴대하기에 좋다. 페이지 전환 속도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콘텐츠는 북큐브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전자책 콘텐츠 판매 사이트에서 구매하거나 국내 전자도서관에서 대여 형태로 구해 볼 수 있다. 북큐브 B-815는 지난해 1만3000여대 팔렸다.

아이리버는 상반기에 신제품 '스토리 HD'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 제품은 768×1024 해상도를 지원하는 6인치 화면을 탑재해 그림이나 표를 정교하게 표시할 수 있다. 아이리버 관계자는 "킨들3보다 화면 전환 속도가 훨씬 빠르다"고 말했다.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 인터파크 등 인터넷서점에서는 전자책 콘텐츠 판매가 점차 늘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용 전자책이 주로 팔린다.

업계 관계자는 "전자책 업계와 출판사 간 저작권 문제 등으로 인해 국내 전자책 콘텐츠 시장이 아직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