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에 사는 60대 대학교수 A씨는 지난해 하반기 광업주 펀드에 1억원을 투자했다. 2월 말 현재 누적 수익률은 30%를 기록했다. 코스닥 상장사 임원 B씨도 지난해 초 원자재 관련 펀드에 10억원을 분산 투자했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농산물과 원유 구리 아연 니켈 등과 관련된 광업주 펀드 세 가지로 나눠 투자했다. 농산물 관련 펀드는 현재 누적수익률 80%에 육박했고 원유는 20%,광업주는 40%의 누적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한파 등 이상 기후로 농산물 가격이 전 세계적으로 급등한 데 이어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두바이유 기준)를 넘어서는 등 원자재 가격이 꺾일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이런 흐름을 미리 눈치채고 지난해 원자재 관련 상품에 투자해 몇개월 만에 20~30%가 넘는 수익을 거둔 부자들의 사례도 많아졌다.

강남 부자들은 앞으로도 원자재 상품에 계속 투자하려는 수요가 강하다는 게 프라이빗뱅커(PB)들의 얘기다. 다만 섣불리 비중을 크게 늘리는 것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게 PB들의 조언이다. 수익률이 높은 만큼 변동성도 크기 때문이다. 미국 등 선진국 증시에 관심을 갖는 부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국내 유명 은행 PB들에게 강남 부자들의 투자 방향을 알아본다.


◆원자재 투자,늘리지 말고 신중하게

정성진 국민은행 청담PB팀장은 "작년 하반기부터 세계 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면서 원자재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고객들에게 원자재 펀드 투자를 권유했다"며 "최근 원자재 가격은 투기자금으로 단기 급등한 측면이 많기 때문에 분산 투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원자재 투자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정상영 하나은행 선릉역 골드클럽 PB팀장은 "원자재 관련 투자상품은 올 상반기까지 수익률이 계속 좋아질 것"이라며 그 근거로 미국에서 아직 금리 인상 움직임이 본격화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미국이 금리를 올려 세계적으로 풀린 돈을 거둬들이지 않는 한 글로벌 투자자들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원자재 상품의 가격을 끌어올릴 것이란 분석이다.

정성진 팀장은 원자재 관련 상품 중 러시아관련 펀드를 추천했다. 그는 "러시아는 국내총생산(GDP)에서 에너지 관련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60%"라며 "원자재와 에너지 가격이 오를수록 러시아 관련 펀드는 수혜를 받는다"고 소개했다.

은행 PB들은 원자재 투자를 지속하되 비중을 크게 늘리지 말고 신중하게 할 것을 제안했다. 정상영 팀장은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은 수요와 공급 때문이 아니라 투기적인 요소도 강하기 때문에 변동성이 높은 상태"라며 "원자재 관련 상품의 변동성이 주식의 2~3배를 넘어서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 팀장은 "원자재 펀드는 본인 투자자산의 10%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상언 신한은행 PB사업부 팀장은 "인플레이션 헤지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원자재 관련 상품 외에 물가연동국채 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며 투자 대상을 다양화할 것을 주문했다.

◆선진국 펀드도 관심 가질만

부자들은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에서 이탈해 선진국으로 이동하는 추세를 주목하고 있다. 인플레(물가상승) 우려가 큰 신흥국 증시보다 경기 회복세가 확산되는 선진국이 더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발 빠른 투자자들은 미국,유럽 등 선진국 펀드에 투자해 높은 수익률을 거두기도 했다.

정성진 팀장은 "최근 중국 관련 펀드와 브릭스펀드의 수익률이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 펀드들을 정리하고 미국 등 선진국 펀드로 갈아타는 사례도 많다"고 전했다. 한 팀장도 "세계 주요 지역별 수익률을 살펴보면 최근 3개월간은 미국과 일본 펀드의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은 단기에 그칠 수도 있다. 한 팀장은 "서서히 자금이 다시 이머징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플레 우려에도 신흥국 성장세가 돋보일 것이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한 팀장은 "일본펀드의 수익률이 좋았던 것도 미국 경기 회복과 엔화 약세 때문이었지만 최근 일본의 신용등급이 하락한 이후 상승 모멘텀은 낮아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