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취업자 수는 32만3000명 늘어 6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벗어나 경기가 빠르게 회복된 덕분이다. 하지만 청년실업률은 2년 연속 8%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일자리가 증가했는데도 청년실업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직장이 아니면 아예 취업하려 하지 않는 청년들의 자세를 원인의 하나로 꼽고 있다. 자립할 나이가 됐는데도 취직을 하지 않고 부모에게 의존하는 '캥거루족'이 청년실업률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하나밖에 없는 자식이 '힘든 곳'에 취업하기보다는 좋은 직장을 구할 때까지 기다리면서 생계비를 지원하는 일부 부모의 행태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취직 의사 부재가 문제

지난달 8.5%를 기록한 청년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15~29세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15~29세 실업자 수는 2008년 29만3000명,2009년 32만3000명,지난해 31만2000명 등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났는데도 청년실업자 수는 거의 줄어들지 않았다.

청년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000년 이후 계속 떨어지고 있다. 2000년 47.2%이던 것이 2007년 46.0%,2008년 44.8%,2009년 44.0%,지난해 43.8%로 낮아졌다.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취업 준비와 포기 등을 뜻하는 '쉬었음'인구가 청년층에서 많아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청년층 '쉬었음'은 2009년 사상 최고인 29만7000명을 기록한 뒤 지난해 27만4000명으로 조금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청년층 '쉬었음' 가운데 상당수는 취업 능력을 갖춘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들이 취직할 의사조차 보이지 않아 청년실업률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인력 미스매치 심각

정부는 청년실업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정작 중소기업 등은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인력의 미스매치가 심각한 상황이다.

청년들은 중소기업을 외면하고 대기업만 선호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대학생 57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학생들은 청년실업의 원인에 대해 75.6%가 '마음에 드는 일자리가 없어서'라고 답했다. '일자리가 없어서'라는 응답은 19.3%에 그쳤다.

문제는 청년들이 선호하는 대기업 일자리는 설비 자동화 등의 영향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1998~2008년 대기업(300인 이상) 종사자는 220만명에서 160만명으로 27.2% 감소한 반면 중소기업은 767만명에서 1146만명으로 49.4% 증가했다. 중소기업을 외면하면 청년실업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정관 기획재정부 사회정책과장은 "최근 고용 동향을 보면 자영업자는 줄어드는 대신 상용직 근로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는 중장년층 자영업주들이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고 대거 취업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취업 눈높이 낮춰야

전문가들은 청년들의 '눈높이 낮추기'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대학 졸업 후 취업까지 평균 1년가량 걸리는 것은 그만큼 까다롭게 선택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석 · 박사급 인력까지 놀고 있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에 들어가면 결혼하기도 힘들다'는 등의 그릇된 인식을 바꾸는 것도 필요하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청년들에게 중소기업 선택을 강요할 수는 없지만 중소기업의 처우 개선 등은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모와 사회가 '캥거루족' 자녀들의 자립심을 키워주는 것도 시급하다. 출산율 저하 시기인 1980년대 중반 태어나 과잉 보호를 받은 세대가 '캥거루족'이 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욱진/유승호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