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효자' 노릇을 했던 아시아펀드가 올 들어선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신흥국 인플레이션 우려로 글로벌 펀드자금이 선진국으로 이동하면서 주요 아시아 증시가 동반 급락했기 때문이다. 펀드 애널리스트들은 아시아펀드의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그러나 중국 · 인도를 중심으로 저가 매수에 나서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아시아펀드 3~12% 손실

22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작년 18% 이상 고수익을 올린 인도펀드는 연초 이후 수익률(21일 기준)이 -10.79%로,해외주식형 평균(-1.42%)보다 8배 가까운 손실을 내고 있다. 국내주식형(-1.22%)과의 수익률 격차도 10%포인트 가까이 벌어졌다.

인도네시아(-7.55%) 동남아(-4.58%) 친디아(-3.85%) 신흥아시아(-3.06%) 펀드도 큰 폭의 손실을 기록 중이다. 반면 북미(7.73%) 일본(7.27%) 유럽(4.93%) 등 선진국펀드 수익률은 고공행진하고 있다.

아시아펀드가 고전하는 것은 글로벌 펀드자금이 인플레에 시달리는 아시아 증시를 탈출한 영향이 컸다. 글로벌 펀드리서치업체인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RF)에 따르면 올 들어(1월5일~2월16일) 인도에서 5억6900만달러의 펀드자금이 빠져나간 것을 비롯해 인도네시아(-2억5200만달러) 태국(-2억1400만달러) 싱가포르(-1억6300만달러)에서도 일제히 자금이 순유출됐다.

이 때문에 각국 증시는 3~10%씩 조정을 받았다. 다만 베트남으로는 1억100만달러 순유입됐음에도 동화 가치가 폭락해 펀드 손실폭이 12.32%로 커졌다.

이민정 삼성증권 연구원은 "선진국 증시는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우려가 완화되고 소비경기 확장에 대한 기대로 자금이 몰려 인플레 우려가 높은 인도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펀드에서 순유출 규모가 컸다"고 분석했다.

◆아시아 비중 축소 VS 저가매수 기회

펀드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글로벌 자금의 탈(脫)아시아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아시아 투자 비중을 낮출 것을 주문하고 있다. 실제 지난주(2월10~16일) 아시아에선 전주(-9억200만달러)보다 두 배 많은 19억87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반면 같은 신흥국 중에서도 EMEA(동유럽 · 중동 · 아프리카) 지역으로는 3주 만에 자금이 순유입됐다. 임진만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 한 해만 놓고 본다면 경기회복 기대를 타고 자금이 몰리는 미국 등 선진국 증시가 선전할 것으로 예상돼 선진국 펀드에 집중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하반기 수익률 반전을 기대해 미리 저가매수를 해야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조병준 동양종금증권 연구위원은 "중국을 비롯한 신흥아시아는 1분기 긴축 강도가 가장 높고 하반기로 갈수록 인플레 리스크는 낮아지면서 펀드 수익률도 개선될 것"이라며 "지금은 신흥아시아펀드를 던지지 말고 매수를 타진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저가 매수 대상으로는 동남아보다 중국이나 인도펀드가 더 매력적이라는 분석이다.

김용희 현대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동남아는 작년에 너무 많이 올라 밸류에이션 매력이 떨어진다"며 "최근 반등하는 중국이나 3~4월께 물가가 안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인도에 선별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