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스타는 지난해 신발 부문 매출에서 전년 대비 62% 성장한 8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LS네트웍스도 신발부문에서 지난해 1600억원의 매출로 33%,태광실업은 5200억원의 매출로 30%, K2는 840억원의 매출로 29%,화승은 4300억원의 매출로 19% 성장했다. 이처럼 국내 신발업체들의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은 외국 기업들이 따라올 수 없는 소재와 고객사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추는 품질수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1980년대 말까지 국내 주력 산업으로 성장해왔던 신발산업은 경쟁국인 대만의 약진과 사양산업이라는 인식속에서 사라져가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내 기업들은 소재 · 가공 · 금형기술의 강점과 고객을 만족시키는 아이디어 상품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기지개 켜는 신발산업 (下)] 트랙스타, 車구조 본뜬 밑창으로 매출 60% ↑
◆나이키 등 까다로운 입맛도 만족

국내 양대 신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회사인 태광실업과 화승.각각 나이키와 아디다스에 납품하고 있는 이들 업체는 최근 대만 업체의 점유율을 빼앗으며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 고객사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출 수 있는 제조 능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조성제 태광실업 기획팀장은 "바느질을 하지 않는 노소(No Sew) 기술 등은 대만 업체들도 쉽게 따라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현재 7%인 나이키 신발 생산 점유율을 2013년까지 13%로 높인다는 전략이다.

김명호 화승 홍보마케팅과장은 "한때 주춤했지만 60년이 넘는 한국 신발산업의 저력은 상당하다"며 "전 생산공정에 자동차 · 정보기술 분야에서 쓰이는 '셀 라인'을 적용하고 최첨단 금형기술을 활용하면서 경쟁사를 앞지르는 생산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자체브랜드 · 소재 기술에 아이디어 결합

등산화나 워킹화와 같은 기능성 신발 중심의 독자 브랜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게 국내 신발산업의 특징이다. 트랙스타는 해외에선 등산화보다 아웃솔(밑창) 브랜드인 '하이퍼그립'으로 더 유명하다. 아웃솔 분야 세계 1위 기업인 이탈리아 비브람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트랙스타 관계자는 "유리섬유를 접목해 미끄러움을 줄이고 자동차 서스팬션의 원리를 본뜬 충격흡수 시스템을 적용했다"며 "이탈리아 발몬트,독일 한박 등에서 우리 제품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국내 등산화 시장 점유율 1위인 K2는 신발 외곽의 틀을 하나의 부품으로 설계한 '원피스'기술을 적용한 등산화로 인기가 높다. 바느질을 최소화해 방수기능을 높이고 발과 발목을 조이듯 잡아줘 안정감을 높였다. 프로스펙스는 걷기 열풍에 힘입어 2009년 워킹 전용 신발 'W'를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르카프는 사용자가 발등 높이와 신발 속 공기 주입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고 자세교정과 마사지 기능까지 갖춘 워킹화를 올 상반기에 선보일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형 및 소재의 정밀성과 아이디어의 우수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마케팅을 강화한다면 세계적 브랜드와도 경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