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색 계통의 광물성 안료인 진사를 세계 최초로 청자에 사용한 것은 13세기 고려였다. 국보 제133호인 청자진사연화문표형주자와 미국 워싱턴 후리어미술관에 있는 청자진사연판문주자는 진사청자 중 최고의 명품으로 손꼽힌다. 그런데 미국에 있는 청자진사연판문주자에는 두껑이 없다.

장편소설 《천년의 만남》은 이 같은 사실을 모티브로 이들 도자기에 얽힌 비밀과 한 · 미 간의 문화전쟁을 박진감 있게 그려낸다. 소설은 미 · 중 · 일 국가 원수들을 초청한 도자기 시연회를 며칠 앞두고 시연을 맡은 도예 명장 해연 선생이 갑자기 사라지면서 시작된다.

기구한 운명을 딛고 명장이 된 해연은 고려청자를 연구하며 청자 파편까지도 수집하고 다니는 인물.우연한 기회에 실종된 청자신사연판문주자의 두껑을 발견해 소장하고 있는 그에게 45년 전 헤어진 막내동생이 그 두껑을 찾기 위한 작전명 '블루 하트'의 요원으로 미국에서 찾아온다.

여기에다 해연이 만든 청자양각호문매병과 주병을 둘러싼 한국 대통령과 미국 국무장관의 인연,사라진 청자두껑에 1000년의 비밀이 얽혀있음을 알고 그 두껑 찾기에 혈안이 된 미 국무장관,자식 같은 막내동생과 상봉하고도 그가 원하는 청자두껑을 내줄 수 없는 해연의 속내 등이 얽혀 이야기는 더욱 극적으로 전개된다. 해연은 결국 인류 평화를 위해 청자두껑을 1000년 뒤에 개봉될 타임캡슐이 묻힌 경기도 이천 설봉산 기슭에 묻는데….

소설 집필을 위해 도자문화사를 공부하고 경기도 이천을 수십 차례 방문해 도공들의 이야기를 취재한 작가가 풀어놓는 도자기 제작 과정과 도공들의 삶,도자 문화에 대한 지식 등은 덤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