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금융위원장은 17일 부산 · 대전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를 직접 발표했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승우 예금보험공사 사장,주용식 저축은행중앙회장도 함께 회견장에 나왔다. 지난달 14일 삼화저축은행의 영업정지를 보도자료만을 통해 발표했던 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금융당국의 달라진 태도는 예금인출 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예금인출 사태가 어느 정도 확산되느냐에 따라 정부가 '상반기 중 영업정지 가능성이 낮은 곳'으로 분류한 94곳에서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부산 계열 나머지 3곳 '긴장'

금융위는 105개 저축은행을 △인수 · 합병 추진 중(삼화) △부산계열 저축은행(부산 · 대전 · 부산2 · 중앙부산 · 전주) △BIS 비율 5% 미만(보해 · 도민 · 우리 · 새누리 · 예쓰) △BIS 비율 5% 이상(나머지 94개 은행) 등으로 분류했다. 이 가운데 이번에 영업정지된 부산 · 대전을 제외한 부산 계열의 나머지 3곳이 문제다. 같은 부산 계열이지만 아직은 유동성에 큰 문제가 없다고 당국은 보고 있다.

이들 은행이 금감원에 제출한 업무보고서(2010년 12월 기준)에 따르면 부산2는 부채가 자산을 126억원 초과해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중앙부산은 지난해 8월 경영개선권고를 받고 자체 정상화를 추진 중이지만 BIS 비율은 3.6% 수준이다. 전주는 BIS 비율이 5.6%에 순자산 규모가 198억원으로 상대적으로 양호한 상태다. 금감원은 당초 계획을 앞당겨 이들 3개사에 대한 정기검사를 이날부터 3주간 벌이기로 했다.

◆BIS 비율 5% 미만은 자구노력해야

이날 공개된 BIS 비율 5% 미만의 5개 저축은행 중에서 보해와 도민은 자구노력을 더 해야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목포에 본사를 둔 보해는 지난 8일 대주주가 320억원을 증자하는 등 자본확충 노력을 통해 자체적인 경영정상화를 추진 중이다. 춘천을 기반으로 한 도민은 금융위가 지난달 증자 등을 포함한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하도록 요구한 상태다. 김 위원장은 "우리 · 새누리 · 예쓰저축은행은 2013년까지 적기시정조치가 유예됐거나 예보가 100% 주식을 갖고 있어 BIS 비율이 5% 미만이더라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94곳은 안전한가

금융위는 BIS 비율 5% 이상인 94개 저축은행들은 당분간 영업정지를 당할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이를 근거로 "과도한 예금인출 등이 발생하지 않는 한 올 상반기 중 부실을 이유로 영업정지 조치를 추가적으로 부과할 곳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가 내려지는 두 가지 경우를 감안한 설명이다. 당국의 검사 결과를 통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는 경우가 첫번째다. 삼화가 그랬다. 다음으로는 부산 · 대전처럼 급작스러운 예금인출로 지급불능상태에 빠지거나 그럴 가능성이 명백해지면 금융위가 영업을 정지시킬 수 있다.

금융당국은 94개 저축은행들이 지난해 12월 말 업무보고서를 기준으로 정상적이라고 판단된 만큼 올 상반기 실적이 확정되는 8월 말께는 돼야 추가 영업정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