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증권사들이 자문형 랩어카운트 수수료율을 대폭 낮췄지만 시장 판도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두권 증권사들이 신상품으로 맞대응에 나선 탓이다. 일부 대형사들은 수수료율을 낮춘 신상품을 내놓고 고객 확보에 나선다는 전략을 세웠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우증권은 조만간 기존보다 낮은 수수료 체계를 적용하는 적립식 랩을 판매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일괄적으로 수수료율을 낮추지는 않고 수수료 부담이 적은 신상품을 일부 추가해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과 하나대투증권 등도 수수료율을 소폭 낮춘 자문형 랩을 선보이기 위해 검토 중이다.

자문형 랩 잔액 1위인 삼성증권은 지난 14,15일 목표전환형으로 내놓은 레오투자자문의 자문형 랩이 호응을 얻은 덕분에 올해 일평균 판매액(400억원)보다 많은 1170억원을 이틀 동안 모았다. 업계 2위인 우리투자증권은 이날 레이크투자자문과 산은자산운용이 하는 목표전환형 자문형 랩을 새롭게 선보이고 고객 확보에 들어갔다.

수수료 인하카드를 꺼내든 현대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효과를 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증권은 지난 14일 자문형 랩 수수료를 절반으로 낮춘 뒤 사흘 사이 88억원이 유입됐다. 올 들어 일평균 판매액(8억원)의 4배 수준이지만 금액 자체는 크지 않다. 미래에셋증권도 14,15일 자문형 랩 판매액이 평소보다 30%가량 많았다고 밝혔다.

한승희 현대증권 개포지점 과장은 "수수료 인하 직후 문의와 실제 가입 고객이 크게 늘었다"며 "펀드 투자 경험만 있는 한 고객은 자문형 랩 2개에 1억원씩 나눠 가입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다만 수수료 인하 움직임이 초기인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A증권사의 강남지역 프라이빗뱅커(PB)는 "조정장 탓인지,타사의 수수료 인하 영향 때문인지 명확히 구분할 수 없지만 가입문의가 이번 주 뜸해졌다"며 "수수료 인하 직후 기존 자문형 랩에서 이탈하는 자금은 없지만 투자자들이 수수료에 예민하기 때문에 추가로 들어오는 자금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