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자문사 솎아내기…우리투자, 5곳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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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 낮고 위험관리 소홀…삼성證도 옥석 가리기 시사
"수수료 인하 맞대응" 분석도
"수수료 인하 맞대응" 분석도
증권사들이 부실 자문형 랩어카운트에 대해 구조조정에 나섰다. 우리투자증권은 14일 자문형 랩 수익률이 저조하거나 관리가 소홀한 5개 자문사와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
자문형 랩이 본격 확대된 지 1년을 맞아 그동안 성장 일변도에서 서비스 질을 높이는 쪽으로 방점을 옮기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미래에셋 · 현대증권이 자문형 랩 수수료를 인하한 데 따른 대응책이란 분석도 나온다.
◆우리투자,5개 자문사 랩 퇴출
삼성증권에 이어 자문형 랩 계약 잔액 2위인 우리투자증권은 이날 자문계약을 맺은 33개 자문사 중 5개 자문사와 재계약을 맺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들 자문사는 계약 만기가 된 자문사 가운데 운용 성과 등 정량평가와 자체 평가시스템인 PSR(Portfolio Strategy & Risk) 기준에 미달했다는 설명이다.
증권사들이 그동안 계약 만기가 돌아온 자문사에 대해 개별적으로 연장 불가를 통보한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이처럼 한 증권사가 한꺼번에 5개 자문사와 계약을 중단하는 것은 처음이다.
구조조정 대상이 된 자문형 랩은 잔액이 1억~3억원으로 '소규모' 상품들이다. 수익률은 올 들어 지난 11일까지 -7.3~19.0%로,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수익률(-3.6%)보다 성과가 나은 자문사도 3곳 포함됐다. 수익률이 19.0%에 달하는 자문사는 포트폴리오 구성이 비정상적(몰빵 투자)이어서 퇴출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게 우리투자증권의 설명이다.
김원규 우리투자증권 전무는 "구조조정 대상이 된 자문사들은 수익률이 시장 평균보다 떨어지거나 비정상적인 투자로 과도한 수익을 올린 곳"이라며 "PSR 분석 결과 투자 방향성이 일관되지 않은 자문사들도 앞으로 퇴출 대상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의 수수료 인하에 맞대응
우리투자증권의 이번 조치는 경쟁 증권사들에 자극이 될 전망이다. 대우 · 미래에셋 등이 수익률 부진,운용역 변경을 이유로 지난해 자문사와 계약을 해지한 적은 있지만 아직까지는 '1년 만기=자동 재계약'으로 인식돼 왔다.
안성재 삼성증권 포트폴리오운용팀장은 "계약 잔액이 적어도 고객이 원하면 유지해야겠지만 운용상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거나 성과가 계속 부진하다면 관리자인 증권사가 적극 개입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론 그런 문제가 생기면 계약 해지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미래에셋과 현대증권의 연 1%대 수수료에 맞대응하기 위한 고육책이란 지적도 있다. A증권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무조건 자문형 랩을 20~30개씩 깔아놓고 팔아 관리가 제대로 안 된 측면이 있었다"며 "미래에셋과 현대증권의 수수료 인하 이후 고객서비스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도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이날부터 수수료를 1%대로 내린 현대증권은 자문형 랩에 평소보다 4~5배 많은 자금이 들어왔고 미래에셋증권도 30% 증가했다.
◆소형 자문사들 파장 촉각
자문형 랩에서 이미 입지를 구축한 중대형 자문사들은 증권업계의 부실 자문사 솎아내기 움직임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자문사가 난립해 있어 종목 발굴,리스크 관리 등의 실력을 기준으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시점이란 지적이다.
B투자자문 대표는 "지금까지 운용시스템이 검증되지 않았거나 수익률이 형편없는 자문사들도 증권사와의 관계 등을 이유로 방만하게 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증권사가 수수료를 받는 만큼 서비스하려는 것 같아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형 자문사들은 구조조정이 확산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D투자자문 관계자는 "이미 소수 자문사가 시장을 선점한 상황에서 작은 자문사들은 증권사와의 계약을 따내기도 쉽지 않은데 기존 계약까지 구조조정한다니 걱정스럽다"며 "너무 단기 성과만 놓고 평가하지 않도록 명확한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보미/송종현 기자 bmseo@hankyung.com
자문형 랩이 본격 확대된 지 1년을 맞아 그동안 성장 일변도에서 서비스 질을 높이는 쪽으로 방점을 옮기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미래에셋 · 현대증권이 자문형 랩 수수료를 인하한 데 따른 대응책이란 분석도 나온다.
◆우리투자,5개 자문사 랩 퇴출
삼성증권에 이어 자문형 랩 계약 잔액 2위인 우리투자증권은 이날 자문계약을 맺은 33개 자문사 중 5개 자문사와 재계약을 맺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들 자문사는 계약 만기가 된 자문사 가운데 운용 성과 등 정량평가와 자체 평가시스템인 PSR(Portfolio Strategy & Risk) 기준에 미달했다는 설명이다.
증권사들이 그동안 계약 만기가 돌아온 자문사에 대해 개별적으로 연장 불가를 통보한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이처럼 한 증권사가 한꺼번에 5개 자문사와 계약을 중단하는 것은 처음이다.
구조조정 대상이 된 자문형 랩은 잔액이 1억~3억원으로 '소규모' 상품들이다. 수익률은 올 들어 지난 11일까지 -7.3~19.0%로,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수익률(-3.6%)보다 성과가 나은 자문사도 3곳 포함됐다. 수익률이 19.0%에 달하는 자문사는 포트폴리오 구성이 비정상적(몰빵 투자)이어서 퇴출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게 우리투자증권의 설명이다.
김원규 우리투자증권 전무는 "구조조정 대상이 된 자문사들은 수익률이 시장 평균보다 떨어지거나 비정상적인 투자로 과도한 수익을 올린 곳"이라며 "PSR 분석 결과 투자 방향성이 일관되지 않은 자문사들도 앞으로 퇴출 대상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의 수수료 인하에 맞대응
우리투자증권의 이번 조치는 경쟁 증권사들에 자극이 될 전망이다. 대우 · 미래에셋 등이 수익률 부진,운용역 변경을 이유로 지난해 자문사와 계약을 해지한 적은 있지만 아직까지는 '1년 만기=자동 재계약'으로 인식돼 왔다.
안성재 삼성증권 포트폴리오운용팀장은 "계약 잔액이 적어도 고객이 원하면 유지해야겠지만 운용상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거나 성과가 계속 부진하다면 관리자인 증권사가 적극 개입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론 그런 문제가 생기면 계약 해지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미래에셋과 현대증권의 연 1%대 수수료에 맞대응하기 위한 고육책이란 지적도 있다. A증권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무조건 자문형 랩을 20~30개씩 깔아놓고 팔아 관리가 제대로 안 된 측면이 있었다"며 "미래에셋과 현대증권의 수수료 인하 이후 고객서비스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도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이날부터 수수료를 1%대로 내린 현대증권은 자문형 랩에 평소보다 4~5배 많은 자금이 들어왔고 미래에셋증권도 30% 증가했다.
◆소형 자문사들 파장 촉각
자문형 랩에서 이미 입지를 구축한 중대형 자문사들은 증권업계의 부실 자문사 솎아내기 움직임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자문사가 난립해 있어 종목 발굴,리스크 관리 등의 실력을 기준으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시점이란 지적이다.
B투자자문 대표는 "지금까지 운용시스템이 검증되지 않았거나 수익률이 형편없는 자문사들도 증권사와의 관계 등을 이유로 방만하게 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증권사가 수수료를 받는 만큼 서비스하려는 것 같아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형 자문사들은 구조조정이 확산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D투자자문 관계자는 "이미 소수 자문사가 시장을 선점한 상황에서 작은 자문사들은 증권사와의 계약을 따내기도 쉽지 않은데 기존 계약까지 구조조정한다니 걱정스럽다"며 "너무 단기 성과만 놓고 평가하지 않도록 명확한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보미/송종현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