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ㆍ통합, 많이 논할수록 좋아
상생은 大ㆍ中企 모두 이익돼야
고용 창출하는 복지로 가야
경제 · 인문사회연구회 주최로 지난 주말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어떻게 공정사회로 갈 것인가'란 주제의 좌담회에선 공정사회를 위한 여러가지 해법이 제시됐다. 전문가들은 "공정사회라는 화두는 시의적절하다"며 "공정 화두는 진보와 보수가 합의할 수 있는 가치"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특히 공직부패와 정치비리 척결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선진국 진입 코드가 '공정성'
사회를 맡은 김세원 경제 · 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은 "꾸준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뿌리 내려야 할 중요한 가치가 공정"이라고 화두를 제시했다. 박길성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이 국민소득 2만달러 문턱에서 우왕좌왕하고 있지만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데 있어 반드시 갖춰야 할 핵심조건이 공정"이라며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갈등을 통합으로,상쟁을 상생으로 전환하는 중요한 기회이자,양보의 기억이 없는 보수와 진보가 합의할 수 있는 원리와 가치"라고 설명했다. 정용덕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한국 사회는 건국 · 부국 · 민국에 이어 공정한 사회를 통한 정국으로 가는 역사적 발전 단계에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석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양극화가 고착화하는 사회적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공정의 화두를 던진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했다.
◆공동체 배려하는 시민역할 중요
김 이사장은 "공정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틀 속에서 우리가 지켜야 하는 행동규범이지만 개념 자체가 나라마다 달라 미국만 하더라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교수는 "규칙을 지키는 법치와 균등,상대방을 배려하는 관용,맡은 바 직무를 다하는 책임,결과를 받아들이는 승복 등 5가지 규범을 통해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가 적절히 조화될 수 있는 공정사회를 그려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똑같이 대우해줄 수는 없는데 기여를 더 한 사람이 더 많은 보상을 받는 것이 공정의 원칙에 맞다"고 말했다.
◆고용 이끌어내는 투자적 복지가 우선
참석자들은 국민이 일상에서 느끼는 불공정한 사례로 정치권 · 공직 부문의 부패를 우선적으로 꼽았다. 또 전관예우 · 고무줄 양형 등 법조계에서 부정이 발생할 경우 법치주의에 대한 기대를 약화시켜 국민의 실망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김용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은 최근 정치권의 복지 논쟁과 관련,"복지 지출은 늘어나는데 오히려 사회적 통합은 약화되는 모순이 있다"며 "현재 보험료를 못 내는 계층이 30~40%나 되는데 이들은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했다.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보험료를 내지 못해 제도권 복지에서 소외된 극빈층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원장은 "공정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약자에 대한 배려와 함께 단순히 '퍼붓기' 식보다는 투자적 복지의 개념으로 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공정 · 공존' 일상화하는 틀 필요
박 교수는 "초등학교 때는 바른생활,즐거운생활,일반시민이 해야 할 것 등을 가르치지만 중학교만 올라가면 성적 · 경쟁에 매몰된다"며 "공동체가 가져야 할 조건,책임,의무에 대한 제도권의 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직은 헌신 · 봉사하고 절제하는 자리라는 것을 제도권 밖이 아니라 제도권에서 가르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대기업 · 중소기업의 상생협력과 관련,"여론이나 정부의 압력에 의해 상생협력을 하더라도 대기업 · 중소기업 모두에 이익이 되는 균형점을 찾지 않으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협력과 호의 · 양보와 같은 캠페인성이 아닌 제도적 시스템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공존이나 통합을 많이 얘기할수록 좋은 사회"라며 "이제부터라도 공정 · 공존과 같은 말들이 일상 생활화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