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홀에서 '파'보다 2타 적은 타수로 홀아웃하는 것을 일컫는 이글.대개 파5홀에서 2온을 한 후 1퍼트로 마무리하거나,세 번째 샷을 곧바로 홀에 집어넣어 기록한다. 파3홀 홀인원도 이글의 일종이다.

단번에 2타를 줄일 수 있으므로 이글은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1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GL(파72)에서 끝난 미국PGA투어 AT&T 페블비치 내셔널프로암도 이글 한 방으로 승부의 추가 기울었다. 14번홀은 길이 573야드의 파5홀.이번 대회에서 두 번째로 어려운 홀이다.

선두에 1타 뒤진 D A 포인츠(미국)는 이 홀에서 100야드를 남기고 웨지를 꺼내들었다. 잘 맞은 웨지샷은 컵앞 3m 지점에 떨어지더니 홀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이글이었다. 포인츠는 캐디와 하이파이브한 후 펄쩍펄쩍 뛰어가 아마추어 파트너인 배우 빌 머레이(61)와 배를 부딪치며 기쁨을 만끽했다. 이 대회는 프로와 아마추어 유명인사가 파트너를 이뤄 플레이한다. 포인츠는 운좋게도 '골프 마니아'인 머레이와 동반플레이를 하게 된 것.

상승세를 탄 포인츠는 15번홀에서도 약 9m 거리의 버디퍼트를 성공하며 승세를 굳혔다. 마지막 18번홀(파5)에서는 플레잉 파트너 머레이가 익살스런 동작으로 갤러리들을 웃겼다. 포인츠가 파로 먼저 홀아웃했고,머레이는 부담 없는 2.5m 퍼트를 남겼다. 머레이는 스트로크한 볼이 홀을 비켜가자 달려와 움직이는 볼을 쳐서 홀속에 집어넣었다. 물론 포인츠의 파로 그 조의 스코어는 이미 정해졌기 때문에 팬 서비스의 일환으로 한 행동이었다.

골프영화 '캐디 색'에서 보조 그린키퍼로 등장한 적이 있는 머레이는 핸디캡 7~8의 고수다. 머레이는 포인츠를 파트너로 삼은 덕분에 프로암대회 우승컵을 받았다.

포인츠는 합계 15언더파 271타(63 · 70 · 71 · 67)로 헌터 메이헌(미국)을 2타차로 제치고 생애 첫승을 올렸다. 포인츠는 "미국골프의 아이콘인 페블비치에서 우승해 꿈을 이뤘다"며 기뻐했다. 우승상금은 113만4000달러(약 12억7600만원).

포인츠가 이글 덕분에 우승까지 내단 반면 '루키' 강성훈(24 · 신한금융그룹)은 올시즌 이글 랭킹 1위를 달리고도 63위에 머물렀다. 강성훈은 이 대회에서 2개를 포함,올해 출전한 세 대회(180홀)에서 5개의 이글을 잡았다. 36홀당 하나꼴로 이 부문 1위다. 그러나 이글 못지않게 올해 더블보기 4개와 쿼드루플보기 1개를 기록하며 시즌 상금랭킹 140위(2만7143달러)에 그쳤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