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이 보다 안전한 곳에서 우수한 교육을 받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

충남 당진에 어린이학교 '청아대(靑兒臺)'를 건립 중인 이복만 키즈코리아재단 이사장(67)은 "취업 위주의 공부가 아닌 우리나라를 이끌어 나갈 기업가 정신과 대통령 같은 리더십을 갖춘 어린이를 양성하는 게 목표"라며 이같이 말했다.

평소 재산의 사회환원을 생각해온 그가 100억원대의 서해안관광농원(6만여㎡)을 선뜻 기부해 재단을 만들고 어린이를 위한 최고의 교육 · 숙박시설을 짓게 된 결정적 계기는 1999년 발생한 경기도 화성 '씨랜드 화재사건'이었다. "유치원생 19명이 죽은 것은 전적으로 어른의 잘못입니다. 이 소식을 듣고 가슴이 콱 막히더군요. 이때부터 10여년간 어린이에게 안전한 집을 지어주기 위해 국내는 물론 일본 이스라엘 등을 방문했지만 제대로 된 시설을 찾지 못했습니다. " 그는 고민 끝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힘 있는 곳인 청와대를 본떠 건물을 짓게 됐다.

지난해 4월 착공된 청아대는 오는 5월 말 완공될 예정이다. 농원 내 5000여㎡에 지상 2층의 본관,단층인 별관 2개동(식당동,언어동)으로 지어지고 있다. 눈썰매장,야외풀장,체험학습장,동물농장 등도 들어선다. 본관 1층에는 호텔식 기숙사가 들어서며 식당동에선 전 세계의 식당예절을,언어동에서는 영어 불어 중국어 일어를 배울 수 있다.

이 이사장은 "건물 내 계단 높이를 13㎝(일반 건물 15㎝),문 손잡이 높이는 80㎝(1m)로 낮추는 등 모든 것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건축시 감리를 맡았던 이태근 솔빛건설 회장이 공사를 책임지고 있다. 청아대는 6월께 전국 초등학교 2~4학년생을 대상으로 60명을 뽑아 2년 과정의 교육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스라엘의 영재학교와 협력 관계를 맺었다.

창의성과 리더십을 갖춘 국내외 10여명의 교사 및 40명의 특별강사가 교육을 맡는다. 미 연방 영재연구소 연구원을 지낸 전재현 박사,이란 한인학교장을 역임한 최남운씨,대체의학자 이남수 목사,강병남 혜전대 호텔조리학과 교수,교육학 박사이자 대안학교 교감이었던 김바울씨,포항 한동국제학교 피성호 박사 등이 지원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교육 프로그램,커리큘럼을 짜고 있다. 이한동 전 총리가 청아대 명예총재를 맡았다.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황산성 변호사,하일성 야구해설가 등도 도움을 주고 있다.

경북 경산에서 태어난 이 이사장은 어려운 가정형편에서 자라나 대구 성경고를 졸업했다. 여행을 좋아해 전국을 돌아다녔던 그는 1975년 충남 당진에 정착,임야를 매입한 뒤 사과를 키웠다. 한때 연간 수입이 1억원에 달할 정도로 사과 농사를 크게 지었다. 그는 지역 주민들을 이끌고 일본 아오모리 등 선진 사과재배지를 견학했고 사과재배법을 강의하는 등 '사과전문가'로 불렸다. 1995년 관광농원 허가를 받은 뒤 체험형 농장으로 운영 중이다.

"앞으로 3년 정도 재단 일에 앞장선 뒤 70세에 물러날 계획입니다. 청아대에서 배운 아이들이 사회에서 능력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을 보는 것이 희망입니다. "

당진=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