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사실상 지난해 '11 · 11 옵션쇼크' 당시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수사에 착수하면서 혐의를 받은 도이치뱅크 측이 또다시 형사처벌 위기에 몰렸다. 도이치뱅크가 2004년 벌인 유사사건 '6초의 주가전쟁'에서는 지난달 유죄 판결이 나와 검찰의 처벌 의지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9일 "아직 금융감독원에서 고발이나 수사 의뢰된 게 없지만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여 먼저 내용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금감원 고발 전임에도 이례적으로 내사에 착수한 것은 지난달 28일 법원이 도이치증권과 대한전선 간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양사 직원을 모두 형사처벌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두 사건은 혐의자들이 장 종료 직전에 대량의 매수 또는 매도 주문을 내 주가를 흔들고 연계된 파생상품 관련 이익을 챙겼다는 점에서 기본 골격이 같기 때문이다. 도이치뱅크는 두 사건 모두 "정당한 헤지 거래였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도이치증권-대한전선 사건의 경우에는 재판부가 "증권사의 위험회피거래는 기초자산의 공정한 가격 형성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옵션쇼크에서는 지난해 11월11일 장 마감 직전 10분간 매도차익거래 총 물량 2조4000억원 가운데 97％인 2조3000억원이 도이치증권 창구를 통해 매도 주문되면서 코스피지수가 순식간에 53포인트나 급락했다.

다른 점은 '6초의 주가전쟁'에서는 옵션계약 당사자가 함께 주가조작 경쟁을 벌였지만 이번 사건은 도이치뱅크 주가조작 혐의에는 상대방이 없다는 점이다. 법원은 대한전선 직원이 보유한 한미은행 주식을 매도할 것을 우려해 도이치증권 직원 손모씨가 동시호가 시작 직전과 장 종료 직전으로 매수 시점을 최대한 늦춘 것으로 봤다.

'6초의 주가전쟁'에서는 또 홍콩 현지법인 직원과 서울에 있는 손씨 간 전화통화 내역도 중요한 증거가 됐다. 손씨는 홍콩 현지법인에 한미은행 주식을 매수할 것을 요청했고,이에 현지 직원 P씨는 "내가 주문을 내면 한국 감독당국이 우리를 귀찮게 할 것이다. 나는 네가 이것에 대해 책임질 것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는 등의 발언을 했다. 재판부는 이를 주가조작 의도가 있었다는 주요 증거로 삼았다.

만약 도이치뱅크가 이번에도 주가조작을 저질렀다면 이때와 같은 증거를 남기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와 금융당국과 검찰의 증거 수집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10일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를 열고 서울 도이치증권의 일부 영업(장외파생상품)을 6개월 정지하는 안건을 상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도이치뱅크 홍콩법인과 서울 도이치증권 직원 5명을 시세조종과 선행매매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등의 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임도원/백광엽 기자 van7691@hankyung.com